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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Sep 27. 2022

볼리바르의 꿈:
중남미 연방

 시몬 볼리바르 장군(Simón Bolívar, 1783-1830)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전쟁에서 베네수엘라 정치군사지도자이었다. 그는 현재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파나마, 볼리비아를 스페인으로부터 해방시켜  남미의 '해방자(El Libertador, The Liberator)'로 불리고 있다. 


 중남미 남부의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해방은 아르헨티나의 정치군사 지도자인  산 마르틴 장군(José Francisco de San Martín, 1778-1850)이 주도했다. 페루 해방은 초기에 산 마르틴 장군이 주도해 일시적으로 '페루의 보호자(Protector of Peru)´가 되기도 했지만 페루 해방의 완성은 시몬 볼리바르 장군이 실현했다. 그도 역시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의 해방자'로 불리고 있다.


 19세기 초 중남미 독립전쟁 이 시작되면서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 장군은 독립 후 중남미가 유럽과 미국 등 외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중남미 전 지역을 미국과 비슷하게 중남미 국가 또는 연방(State or Confederation of Latin American Nations) 창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중남미 연방 창설을 실현하기 위해 우선 1822년 7월 26일 에콰도르의 과야킬(Guayaquil)에서 산 마르틴 장군과 회담을 가지고 페루 해방전쟁 수행방식과 이후 중남미 연방 건설 등에 괸해 논의를 하였으나 합의는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서 추정된다는 것은 이 회담이 두 번 배석자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시몬 볼리바르 장군은 중남미 연방국가 건설을 위해 산 마르틴 장관과의 회담 등 여러 가지 정치외교적인 노력을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 결과 그는 전적으로 자신이 해방했던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를 포함하는 공식 명칭 콜롬비아공화국(The Republic of Colombia)을 창설했다. 역사가들은 이후에 독립한 콜롬비아 공화국과 구분하기 위해 '그란 콜롬비아(Gran Colombia, Greater Colombia)'라고 부르고 있다. 그란 콜롬비아 통치 영역은 현재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파나마, 페루 북부, 브라질 북서부, 가이아나의 에세키보(Essequibo)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주도해 창설한 그란 콜롬비아(Gran Colombia)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콜롬비아로 분할되고 말았다. 후세 역사가들은 그가 이루고자 했던 범미주의(Pan-Americanism)에 기초한 중남미 연방 창설을 ‘볼리바르의 꿈(Bolivarian Dream)’이라고 불렀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중남미 통합 이슈는 역설적으로 시몬 볼리바르가 경계했던 미국이 주도하는 범미주의 기치 아래 다시 논의가 시작되었다. 


 미국은 1889년 10월 미주 국가 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f American States) 일명 범미회의(Pan-American Conference)를 워싱턴에서 개최하고 미국과 중남미 전체를 포함하는 미주 통합에 대한 이슈를 제기했다. 미국의 미주 통합을 위한 일련의 과정은 1948년 미주기구(OAS)가 창설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이 포함되지 않은 중남미 역내 국가들만의 움직임으로 중남미 통합이 최초로 시도된 것은 1951년 중미 국가 중심의 중미국가조직(ODECA)과 1960년 남미국가 중심의 중남미자유무역연합(LAFTA)이었다. 이들 통합기구는 이후에 회원국가 규모와 기능 및 역할이 확대되며 중미통합체제(SICA)와 라틴아메리카통합협회(LAIA)로 명칭이 바뀌었다. 


 1969년에는 안데스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하는 안데스국가공동체(Andean Community of Nations), 1974년에는 카리브 국가를 회원국으로 하는 카리브공동체(Caribbean Community)가 창설되었다. 


 외채위기를 맞아 중남미 통합 이슈가 일시적으로 정체된 후 다시 1994년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남미공동시장(Mercosur)이 창설되었고 곧이어 1995년에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3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G3 자유무역협정, 2011년에 태평양 연안국가로 구성된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 등이 경제와 통상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정치성향의 중남미 통합기구도 설립되었다. 2007년에는 안데스국가공동체와 남미공동시장 회원국이 참여하는 남미국가연합(UNASUR)이 만들어졌고 2010년에는 미국 주도의 미주기구에 대응해 중남미카리브공동체(CELAC)가 창설되었다. 


 또한 미국 주도 범미자유무역지대(FTAA)에 반대해 베네수엘라와 쿠바 주도로 아메리카볼리바르동맹(ALBA)이 만들어졌다.


 1991년 과거 식민종주국이었던 스페인과 그 통치를 받았던 중남미 국가 간 이베로아메리카국가공동체(Iberoamerican Community of Nations)도 창설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몬 볼리바르 장군이 의도했던  중남미통합의 방식인 중남미국가연방은 요원한 것으로서 후세 역사가들은 이를 '볼리바르의 꿈'으로 회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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