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스페인 가을 여행(1)

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by 기현서

들어가며



1. 올해 4월 11일은 우리 부부가 결혼 한지 꼭 40년 되는 날이다. 결혼 40년 되는 해에 해외로 여행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5월 말에 아들 결혼이 예정되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또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적거렸다. 그러나 더 미루면 40년의 의미가 퇴색할 것 같아 9월 초 그냥 비행기 표를 예약해 버렸다. 당초는 2주 정도 생각했다. 그러나 비행기 표를 예약하며 생각해보았다. 이제 은퇴해서 할 일도 많지 않은 내가 왜 시간에 얽매여야 하나? 여행 기간을 늘려 잡았다. 항공편 일정을 고려하여 마드리드 가는 날 오는 날 정해 놓으니 26박 27일 여행이 된다.


2. 여행이 길어지면 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 젊은 사람들 여행하듯 할 수도 없으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비용 안 들고 여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보다는 더 나이 들고 힘없으면 자유여행이라는 것은 어려울 것이니 그냥 가버리자 하는 생각이 더 강했다.


딸은 아들과 상의해서 비용을 부담할 테니 돈 걱정하지 말고 여행 계획을 짜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자식들 신세 지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다. 내가 아내와 가는 여행이니 내가 부담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3. 여행은 검소하게도 또 그렇다고 화려 하게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나이와 처지에 맡게 적당히 절약하며 또 적당하게 낭비하며 다녔다. 스페인을 잘 이해하고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으니 나에게는 우리 국내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비용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얼마나 썼는지는 계산도 하지 않았고 할 생각도 없다. 또 계산하면 무엇 할 것인가?


4. 3,000 컷에 달하는 사진을 찍었다. 언제 또다시 갈 수 있을까 싶어 내가 좋아하는 가을 풍경들을 마음껏 찍어 왔다. 종종 사진을 보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5. 아내는 매우 만족한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을 만나 40년을 열심히 살아준 고마운 사람이다. 이제 아내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살아가는 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6. 나도 그랬지만 스페인은 특히 아내가 가고 싶어 했다. 이번 여행으로 아내도 이제 스페인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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