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스페인 가을 여행(5)

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by 기현서

2. 마드리드 도착하다(2019.11.3)


인천 공항 그리고 비행기 속에서


인천 공항 2 터미널은 처음이다. 1 터미널에서 공항버스로 꽤 간다. 운영은 1 터미널이 더 프로 다운 것 같다. 익숙한 탓일까? 탑승권 발권하고 짐 붙이는 시스템이 많이 생소했다. 자꾸 둔해지는 것을 느꼈다. 젊은 사람들은 기민하게 잘한다.


아내의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 짐 카터도 자기가 밀고 다닌다. 걸음도 나보다 빠르다. 탄천 산책할 때는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빨리 걸을 수 없다며 항상 뒤에 따라오더니만. 상황에 따라 무릎이 아팠다 안 아팠다 하는 모양이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발했다. 아내는 내가 다른 일로 잠깐 비운 사이 카페에 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하여튼 항상 내숭 떨지 않고 잘 먹어준다. 얼마나 다행인가?


아내는 장거리 여행을 좋아한다. 기내식을 먹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이 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스튜어디스가 음식을 선택하라고 할 때 항상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갈등 분위기가 옆에서 느껴진다. 나는 아내가 선택하지 않은 메뉴를 선택한다. 가볍게 먹고 있다가 아내가 자기 메뉴를 다 먹고 난 뒤 입맛이 없다며 내 것도 먹겠냐고 하면 '아이 먹지 그래' 하면서 사양하지 않고 받아먹는다.


많이 먹는다는 것보다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덕분에 나는 계속 배가 고팠다. 비행기 안에서 포만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러기도 했지만.


오후 늦게 도착한 바라하스(Barajas) 공항


당초 일정은 오후 4시 55분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천에서 지연 출발한 탓으로 6시가 넘어서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 도착하였다. 13시간 비행이라고 하는데 실은 14시간인 셈이다. 그런데 또 비행기 브리지 통로 연결에 문제가 발생했다. 다시 30여 분 비행기 속에 갇혀 있었다. 짐 찾고 나오니 어둡다. 그리고 늦가을의 약간은 스산한 바라하스 공항과 마주쳤다.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스페인 패키지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다. 신혼여행 커플들도 있지만 대부분 가족 여행이다. 아내가 스페인 관광 뜬 지가 꽤 되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도 스페인 관광에 대해 어쩌고 저쩌고 한단다.


스페인은 관광대국이다. 태양 관광이라고 한다. 연중 태양이 부족한 이웃 국가 사람들이 스페인 여름의 강력한 태양을 느끼기 위해 온다. 또한 프랑코 정권 시절 2차 세계 대전을 피해 갈 수 있어서 많은 역사 유적들이 전화를 입지 않았다. 풍경도 동서남북이 다르다. 북쪽은 산악지대가 많아 우리 산하와 비슷하고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은 올리브 나무가 드문드문 보이는 황량한 풍경이다. 그 공간 사이에서 여러 형태로 풍경의 조합이 만들어진다.


공항 택시요금은 기본이 30 유로로 설정되어 있다. 물어보니 실제로 공항에서 마드리드 시내까지 대강 30 유로 나온다고 한다. 호텔까지 16 킬로 미터인데 30 유로는 넘지 않았다. 그런데 택시운전사는 35 유로를 달라고 한다. 카드를 주었더니 현금을 주면 고맙겠다고 한다. 아마 5 유로는 본인이 가질 생각으로 그런 것 같아서 더 따지지 않고 현금으로 지불했다. 짐도 들어주었다. 그리고 도착 첫 일정부터 다투고 싶지 않았다.


카를로스 5세 광장 코너에 있는 아파트 호텔을 예약해 들어왔다. 과거에는 아파트였을 것이다. 여행 앱에 4.5성급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아무런 간판도 없다. 눈앞에 두고 10여분 동안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번지수를 확인해 찾았다. 눈앞에 두고 찾아다닌 셈이 되었다.


출발 전 호텔에서 메일로 알려준 데로 입구 전자 문에 코드를 입력하고 들어갔다. 어둡고 아무도 없는 좁은 로비에 셀프 체크인 데스크 하나만 있다. 어려운 설명 절차를 따라 받은 방 열쇠를 받아 들고 1 층으로 올라가니 복도가 어둡다. 하루 140 유로 아파트 호텔 치고는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이다.


그러나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니 아주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 내부 시설도 평범한 것 같지만 보이지 않게 운치가 있고 첨단 기능이 숨어있다. 오래된 건물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내장을 했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짐을 정리하고 난 뒤 자세히 보니 구석구석이 편리하고 소품 위치에 투숙객을 위한 배려가 담겨 있다.


호텔은 구시가지 관광 구역 중심에 있다. 주요 관광 사이트에 걸어서 3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잘 선정한 것 같다. 주변에 식당과 카페가 많아 밤 9시 인데도 사람들이 모여서 먹고 마신다. 일요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아마 관광객들일 것이다.


저녁을 먹기 위해 아내와 적당한 곳을 물색하다가 카사 루치아노(Casa Luciano)란 카페에 들어왔다.


나이 든 종업원이 와서 메뉴 판을 놓고 간다. 아내는 뭐를 먹어볼까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메뉴 판을 들여 보고 있다. 아내가 메뉴 판을 보고 먹을 것을 대강 말해주면 내가 주문한다. 자기는 먹으면서 품평만 한다. 평생 습관이다.


내일 큰 식당에서 점심이 예약되어 있으니 밤에는 샐러드로 가볍게 먹겠다고 한다. 참 준비성이 많다.


모두 38 유로가 나왔다. 카드로 지불하려고 했더니 현금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100 유로를 주었더니 20 유로 지폐 3 장과 2 유로 동전을 가져온다. 10% 팁을 줘야 하는데 생각하며 동전을 치우고 5 유로 지폐를 팁으로 놓아두었다.


종업원들이 우리를 처다 보며 뭐라고 수군거린다. 아마 지폐로 팁을 주니 좋은 모양이다. 식당에서 나올 때 여러 종업원들이 웃으며 눈인사한다. 바텐더 종업원도 손을 들어 '아디오스' 한다. 식사 후 호텔에 들어오니 피곤이 몰려온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