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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May 16. 2022

PCR 검사를 끝내 여유로운 귀국 1일 차

나이 들면서, 적응하면서

귀국 다음날 아침, 서둘러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았다. 방금 받은 검사공식 절차가 끝났다고 했다. 갓 태어난 손녀를 만나고 귀국한 작년은 입국 1일 차와 7일 차 두 번에 걸쳐 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돌을 맞은 손녀를 귀국한 이번 여행에서는 입국 1일 차 검사 단 한 번으로 가뿐하게 끝난 셈이다. 많이 느슨해졌다. 지금부터 자유다!


공항에서 마시라고 친구가 보내준 커피 기프티콘이 생각나 보건소 근처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 내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해서 기프티콘을 못한 채 그대로 출국했다.  


커피숍 문을 미는데 영상으로 통화하자는 신호음이 울렸다. 이틀 전만 해도 한 집에 같이 있었던 딸과 사위가 미국에서 환하게 웃으며 한국에 도착했냐고 안부를 묻는다. 손녀도 하얀 아랫니 두 개를 보이며 우리 부부를 향해 활짝 웃는다. 설마 할머니, 할아버지를 알아보는 건가? 나보다 일찍 손녀를 둔 지인의 말대로 육아에 대한 1차적인 책임감, 부담이 없는 손주는 그저 신기하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딸 부부를 보니 마음이 짠하고 안쓰럽다. 밤에 한두 번씩 깨는 손녀를 재우느라 잠을 설쳤을 게 분명하다. 딸과 사위가 하루씩 번갈아 가며 재우기 때문에 이틀에 한 은 잠을 푹 잘 수 있다며 우리를 안심시킨다.


힘들 때 손 내밀 부모, 형제가 없는 미국에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육아와 직장 일로 고군분투하는 부부가 놀랍게도 2년 뒤쯤 둘째를 낳고 싶다고 했다.  웃음으로, 옹알거리는 소리로 아가와 교감과 소통이 가능해진 덕분에 육아가 예전보다 수월해졌다고 다. 아가와 함께 할 때 얻는 기쁨과 행복감이 피곤과 고단함을 잊게 해 준다고 다. 아기 엄마가 되니 딸아이가 딴사람이 됐다. 아기를 최우선 순위로 두는 인내심 많고 사랑이 넘치강한 엄마가 되었다. 그렇지만 자기 일에 대한 딸의 의욕과 열정을 알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지만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멀리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살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편과 나의 취향을 고려해서 친구가 보내준 기프티콘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과 라테 한 잔을 주문했다. 선물 받은 커피는 더 맛있다. 이제 PCR 검사도 완료됐고, 손녀의 예쁜 웃음도 보았고, 바깥 경치 바라보며 커피까지 마시고 있으니 여유롭고 행복하다. 부부에 대한 짠하고 안쓰러웠던 마음도 밝은 웃음을 터뜨리며 아기즐거워하 딸과 사위를 보면서 누그러졌다. 두 사람이 합심해서 고단한 시기를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


친구에게 받은 따듯한 선물을 나 주 아메리카노 두 잔과 케이크 한 조각을 친구에게 보냈다. 간단하게 핸드폰으로 내 고마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으니 참으로 편한 세상이다. 일요일 교회 끝나고 남편이랑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친구를 떠올리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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