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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Jul 23. 2022

주말부부를 벗어난 아들과 며느리

며느리가 아들이 근무하는 도시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신청은 했지만 전근 가능성크지 않다고 해서 마음을 비우고 있던 라 기쁨이 더욱더 컸다. 미국에 사는 딸아이는 느낌표를 9개나 찍어 손아래 올케의 전근을 축하했다. 카톡에 글을 잘 쓰지 않는 남편도 느낌표 1개와 함께 축하한다는 말을 남겼다. 직장 때문에 아들과 며느리가 떨어져 살아 안쓰러웠는데 결혼 일 년 반 만에 한 집에서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이제 주중에 따로 살지 않아도 된다. 주말에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아도 된다. 참으로 반갑고 기쁘다.


남편과 나는 오랜 세월 주말부부로 지냈다. 두 아이가 지방에서 유아원,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남편이 주말에 내려왔고, 아이들이 커서 서울로 간 후에는 내가 주말에 올라갔다. 정신없이 살던 그때가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간다. 돌이켜 생각하니 주말부부가 흔하지 않던 그 시절에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직장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었지만 남편의 외가 근처라 크게 낯설지 않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르쳤던 힘들고 고단한 나날도 한몫했다.  년 다닌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곳으로 옮기는 방법 있다남편의  힘을 보탰다. 그런데 그 몇 년 후는 끝내 오지 않았다. 한 해가 두 해가 되고 또 세 해가 되어 거의 30년 가까이 주말부부로 살았다.


세월이 흘러 남편도 나도 은퇴를 해서 요즘은 매일 같은 집에서 지낸다. 나는 딸 방이었다가 이제 내 방이 된 곳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책도 읽는다. 브런치 덕에 글도 쓴다. 남편은 대부분 내 방에서 좀 떨어진 공부방에 있다. 거실에 나와 TV를 보기도 한다. 식사 시간이 되면 남편과 나는 식탁에서 만난다. 요리 솜씨는 없지만 식사 준비에 나름 정성을 쏟고 있다. 주말에 몰아서 폭풍 음식을 만들던 때와 달리, 제때 장을 봐서 싱싱한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일에 재미가 생겼다. 또 남편에게 그동안 못해준 식사 빚을 갚는다는 의미도 있다. 남편은 설거지를 한다.


남편과 한 지붕 밑에서 따로 또 같이 보내는 시간이 좋다. 멀리까지 가지 않고 내 방에서 가르치고, 읽고, 쓰는 지금의 생활이 평화롭고 감사하다. 뒤늦게서야 주말부부를 탈피한 우리와 달리, 일찌감치 주말부부에서 벗어난 아들 내외에게 따듯한 응원을 보낸다. 아들과 며느리가 한 집에서 행복하게 알콩달콩 열심히 잘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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