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zel Apr 06. 2023

할머니의 마음가짐

손자가 태어났다

손자가 태어났다. 어제 아침만 해도 이슬은 비쳤는데 아기가 나올 기미를 안 보인다며 조바심을 내던 며느리가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오늘 출산을 했다. 정말 수고가 많았다. 며느리는 입덧이 심해 임신 내내 어려움과 고생 겪었다.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이 과거로 물러나고 이제 며느리는 아가에게 한없이 따뜻한 눈길과 말을 건네는 엄마가 되었다. 아가와 며느리의 소식을 전하는 아들의 목소리에 흥분과 책임감이 묻어난다.


병실에는 코로나 검사를 받은 아들만 들어갈 수 있어 우리 부부는 아들이 찍어 보내주는 손자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있다. 베이지 색 모자를 쓴 아기가 분명 좀 전엔 오른쪽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왼쪽을 향하고 있다. 참으로 경이롭다. 왼쪽 눈을 감고 윙크도 보낸다. 입을 오물거리며 혀를 내밀었다 들이밀었다 한다. 예쁘고 귀엽다. 인중이 길어 아들의 아기 때 모습이 보인다. 오똑하게 솟은 코는 며느리를 닮았다.


남편은 시댁 밴드에 아기의 소식을 전했다. 아들은 사촌들 중 제일 어려 다른 사촌들은 이미 두 살 반부터 중학생까지 두 명 또는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덕분에 아들은 사촌 형과 누나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습을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나는 친정 단톡방에 손자의 소식을 올렸다. 내가 맏이라 친정에서는 시댁과 달리 우리가 선두주자다. 딸아이가 2년 전에 낳은 손녀에 이어 오늘 출생한 손자가 두 번째 아기다. 몇 달 전 결혼한 조카 그리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조카들이 우리 손녀와 손자가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의 날들을 고민하고 계획하리라.


이제 나는 외할머니와 더불어 친할머니라는 직함을 하나 더 얻었다. 어떤 할머니가 바람직할까? 막 부모가 된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또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브런치에서 ‘출산’과 ‘시어머니’를 검색해서 관련 글들을 읽었다. 자신들이 믿는 육아 방식에 따라 아기를 잘 키우고 싶어 하는 젊은 엄마들의 시선이 보였다. 지나친 관심과 관여보다는 자신들의 속도와 색깔로 한 명 더 늘어난 새 가정을 꾸려가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읽었다. 내 손주이기 전에 아들과 며느리의 자식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한 걸음 물러서서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편이 좋겠다. 딸 부부는 미국에 떨어져 살아 도와주기가 어려웠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게 딸과 사위가 베테랑 부모로 거듭나는 데 한몫한 것 같다.


아들과 며느리가 아직은 서툴지만 하나씩 둘씩 배워가고 터득해 가면서 2년 차 부모가 된 딸 부부처럼 초보에서 베테랑 부모로 조금씩 변해 갈 것이다. 실수하면서 아들 부부도 배워나갈 것이다.


며느리와 아들이 손자와 함께 건강하고 멋진 가정을 만들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부부는 조용히 뒤에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물론 힘들다고 손 내밀 때는 기꺼이 손을 잡아줄 넉넉한 마음도 함께 준비해 놓을 것이다. 며느리, 손자, 아들 모두 수고 많았다. 사랑한다. 그리고 고맙다.


(2023.03.31)

작가의 이전글 남편의 칠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