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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Sep 02. 2023

미국 방문 보름 동안 새로 생긴 습관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버튼 누르기

남편과 나는 동네 한 바퀴를  후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나도 모르게 부리나케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기둥으로 다가갔다. 기둥에서 신호등 버튼을 찾다 말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인데... 한국에 왔는데도 횡단보도가 가까워지면 서두르게 된다. 버튼을 누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


미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신호등 버튼을 누르던 게 버릇이 되었나 보다고 말하며 남편을 향해 멋쩍게 웃었다. 겨우 보름 미국에 있었으면서 티를 너무 낸다 남편이 놀렸. 그러면서 남편사실은 버튼을 누르려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다.


기다리면 신호등자동적으로 바뀌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버튼을 눌러야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뀐다.  집이 있는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는 전철이 없고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시여서 사람들이 주로 자동차로 이동한다. 걸어 다니는 사람을 잘 볼 수가 다. 보행자가 별로 없으니 버튼을 누를 때만 신호등이 바뀌는 게 타당해 보였다. 어쩌다 횡단보도를 건너 안 되는 사람을 위해 신호등을 주기적으로 바꾸기보다는 지금처럼 필요할 때만 바꾸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미국에 머무르면서는 거의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횡단보도를 건넜다. 사위가 마우이섬에 지각 신혼여행을  있는 동안 손녀를 봐주면서 주로 걸어서 주위를 맴돌았기 때문이.


우선 아침에 손녀를 프리스쿨에 데려다줄 때 그리고 저녁에 집으로 데려올 때 세 번씩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 남편은 손녀가 탄 유모차를 뒤에서 밀고,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손녀옆에서 노닥거리다가 횡단보도가 가까워 오면 얼른 뛰어가 기둥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역할을 맡았다. 달려가서 빨리 버튼을 눌러야만 빨리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 프리스쿨에 데려다 줄 때는 서둘러야 되지만 집으로 데려올 때는 느긋해도 되는데 걸음은 똑같이 빨라진다.


손녀가 프리스쿨에 있는 낮동안 남편과 나는 동네를 걸어 다녔다. 집들고 집 앞에 있는 조그만 정원구경했다. 나무, 꽃, 장식등을 제각각 독특하게 꾸민 정원들을 보며 집주인들 어떤 사람일지 상상의 나래도 펴보았다.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도 들어가 보았다. 손녀가 아직은 27개월 아기지만 어쩌면 훗날 이 학교에 다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학교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살폈다. 동네 어귀를 돌자 횡단보도가 나타났다. 신호등 버튼을 누르면 단순 명령어 "기다려!"(Wait!)무뚝뚝하게 응답한다. Please를 붙여 상냥하게 "기다리세요!"(Please wait!)라고 말해주면 좋으련만. 

횡단보도 신호등 버튼 (출처: hazel)


조금 후 '하얀 점선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이 신호등에  우리도 횡단보도를 건너다.

횡단보도 신호등 (출처: 구글)


프리스쿨에 가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손녀를 인근 공원과 초등학교에 데리고 갔다. 돌잡이 때도 공을 제일 먼저 잡았던 손녀는 요즘도  차는 것 무척 좋아한다. 작은 공원은 바로 집 앞에 있지만, 너른 운동장이 있어 공차기에 좋은 초등학교는 횡단보도를 여러 번 건너야 갈 수 있다. 횡단보도가 나오면 나는 유모차를 앞질러 버튼을 누르는 내 역할을 실하게 이행다.


좀 더 멀리 있는 시내에 갈 때는 횡단보도가 더 많아 눌러야 할 버튼이 더 많았다. 점심을 먹으러 일본 국숫집, 베트남 식당이나 In-N-Out 버거집에 갈 때도, 스타벅스에 커피를 마시러 갈 때도, 아니면 식료품을 사러 세이프웨이(Safeway) 마트에 갈 때도 여러 번 횡단보도를 건너야 다. 손녀 없이 걸을 때는 유모차를 밀지 않는 남편이 버튼을 누르는 경우도 있지만 습관적으로 내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가 버튼을 눌렀다. 물론 손녀랑 같이 갈 때는 유모차를 미는 은 남편 이고 버튼 누르는  내 몫이다. 버튼 누르기는 이번 미국 여행에서 내 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고 한국에 돌아와서까지 신호등 버튼을 누르는 역할을 수행하려고 횡단보도 앞 기둥을 기웃대 나 자신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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