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문해력을 위한 가정 문식성 처방 2
초기 문해력을 위한 가정 문식성 처방 1
'함께 책 읽기'
오늘 이야기에서는 '책 읽어주기' 보다 '함께 책 읽기'라는 말을 쓰고 싶습니다. 지난 시간에 읽기보다 대화라는 제목으로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책 읽기, 책 읽어주기에서도 상호작용의 독서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함께 책 읽기(shared book reading)는 읽어주기 방법 중에서도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읽기입니다.책을 읽으면서 잠깐 멈추고 개방적인 질문을 하거나 그림을 가리키거나 흥미 있는 부분에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지요. 일방적으로 글자를 읽어주고 내용을 전달해 주는 것보다 부모와 아이는 독서 파트너가 될 때, 상호작용하면서 읽어줄 때 아이들은 더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그럼 함께 책 읽기는 어떻게 할까요?
책을 매개로 감정을 나누는 느낌으로 시작하세요. 그림책에 등장한 주인공 표정에서 느껴지는 것을 묻거나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표지에서 보이는 것을 묻고 주인공 표정에서 보이는 감정을 물어보세요. "이건 뭘까?" " 우리 친구 표정은 어떤 것 같아?" 아이의 말에 까닭도 물어봐주시고요. 혹시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워한다면 엄마의 느낌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 친구 슬픈 거 아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질문 형식으로요.
읽어주면서 약간의 연기를 더하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더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극적인 사건 중간에 잠깐 멈추거나 눈을 맞추거나 감탄사를 넣어보세요. 그리고 감정을 담아 질문을 던져 봅니다. 집중을 못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집중을 하는 환기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읽어주기 방식은 고학년 교실에서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가끔 이야기를 시시해하거나 관심 없어하면서 다른 행동을 하던 아이들도 갑자기 "헉" 하면 모두 고개를 들어 쳐다보거든요. 다음 장을 넘기기 전에 아주 천천히 읽으면서 "어떡하지?"라고 묻거나, 깜짝 놀라는 목소리로 "헉" 또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헐..." 이런 추임새를 넣어주면 효과적이에요.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맞춰보라고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들의 반응에 공감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될 거예요~"라고 하면 "진짜 그럴까?"라고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아이가 안타까워하면 같이 안타까워해주고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소통을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읽어주기의 핵심입니다. 어떤 날은 표지에서만 실컷 이야기하고 끝내셔도 괜찮습니다. 무조건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이가 꽂힌 장면에 충분히 머무르세요. 부모님이 읽고 있지만 아이의 속도에 맞춰주세요.
가끔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혹은 습관적으로 책장을 빨리 넘기는 아이들도 있을 겁니다. 책장을 빨리 넘기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한데요. 뒷이야기가 궁금해서라면 해당 페이지 이야기는 짧게 요약하고 빨리 넘겨줄 수 있을 거예요. 다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빨리 책 읽기를 해치우고 싶은 아이들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림이나 장면에서 아주 작은 흥미 요소를 던지고 머무르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앗 이게 뭐지?"이런 말을 던져보는 것이지요. 한 번에 되지 않을 수 있어요. 아이들마다 관심요소는 다를 테니 별 것 아니더라도 아이의 주의를 끌 수 있는 장치를 찾고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수 있는 그림책을 보면서 각 장에 오래 머무르는 방법도 좋아요.
함께 책 읽기의 효과
함께 책 읽기를 규칙적으로 경험한 아이는 무엇보다 어휘력 면에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물론 듣기 능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3학년 이후, 즉 긴 글의 독해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어요. 이는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말하기, 듣기, 그리고 사고 확장의 경험이 결국 언어 능력에 총체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언어 발달과 인지 발달이 좋으면 아이의 읽기 능력은 당연히 따라올 거예요.
또한 인쇄물에 대한 개념을 만들고, 문자 사용에 대한 친숙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사실 책 읽기를 위해서는 책을 똑바로 펼 줄 알아야 하고, 첫 장부터 한 장씩 넘길 수 있어야 합니다. 아기들이 책을 처음 잡았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아기들은 책의 앞과 뒤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도 놀이 하 듯 여러 장을 휘리릭 넘기기도 하지요. 차차 어른들이 책을 대하는 방법을 보면서 책의 표지를 알게 되고 한 장씩 넘기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익히는 거예요. 책 읽어주기는 이러한 책을 대하는 물리적인 방법부터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또한 낱말의 개념이나 문장 부호의 의미를 알게 되지요. 예를 들어 문장 뒤에 물음표가 있을 때와 마침표, 말줄임표 등의 의미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말을 할 때와 글로 쓸 때 다른 표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러한 능력은 읽기를 배우기 위한 읽고 쓰기 격차의 지표가 됩니다. 잘하는 아이와 잘 못 읽는 아이를 구분하는 기준 항목이거든요.
함께 읽기를 하는 아이들은 무엇보다 서사구조, 즉 이야기 구조를 쉽게 이해합니다. 이야기의 배경, 인물, 사건, 해결과 같은 요소들에 대해 빠르게 이해할 수 있지요. 얼마 전에 제가 깜짝 놀란 일이 하나 있었는데요. 초등학교 2학년 친구들과 <글자 셰이크>라는 책을 읽으며 어휘놀이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책 속 주인공은 받아쓰기를 잘 못하는 아이였거든요. 이상한 가게에서 만들어진 글자를 조합하면서 깔깔 웃다 보면 그 글자들이 가리키는 사람이 '아빠'가 됩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아빠가 나타나는 걸 예측하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다가 "아빠 아니야?"라고 속삭이길래 "너희 아빠가 이러시니?" 물었거든요. "아니요~ 우리 아빠는 안 그런데요. 보통 이야기들이 그렇더라고요."라고 답합니다. 이런 친구들은 이미 그림책의 이야기 구조를 잘 알고 있는 거지요. 이런 아이들은 인물에 대한 내적 사고와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에 대한 관심, 흥미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Baker 외(1997) 연구에서는 함께 읽기를 어릴 때부터 해온 유치원 아이들의 독서 흥미를 보고했는데 이 효과는 지속적인 것으로 독립적인 독서 시간이나 흥미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습니다. 특히 읽기 과정에서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아이의 독서 흥미를 높이는 것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은 함께 책 읽기에 대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읽기가 가치 있고 즐거운 활동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결론지었지요.
가정의 독서 환경
우리가 가정에서의 독서 환경, 즉 아이들의 리터러시(문해력)를 함양할 수 있는 환경은 물리적인 환경을 포함하여 양육자의 모델링, 언어적 소통을 포함합니다. 이는 양육자가 가진 책(읽기)에 대한 가치와 신념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1) 책에 친해질 수 있는 환경
2) 다른 사람의 독서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
3) 스스로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환경
4) 다른 사람과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
5)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읽고 쓰기를 활용하며 협력할 수 있는 환경
부모가 가진 책이나 독서에 대한 생각은 아이의 읽기 동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읽기의 기능적 측면(글자 해득 등)을 강조하는 부모보다 독서가 오락성을 가지고 있고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부모의 자녀가 책 읽기를 더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Baker 외, 1997). 만약 어린 자녀에게 문자 해득과 같은 읽기 능력의 기술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좀 더 즐거운 방법을 써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지요.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해서 결코 화를 내는 것도 좋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우리나라 연구(김해인, 2024)에서도 책을 잘 읽고 좋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책을 왜 읽는지 물어보면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책 읽는 시간이 즐거워서', '지적 만족감을 위해'라는 답변이 상위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잘 읽지 않는다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이유를 물으면 '숙제를 하기 위해'라는 답변이 가장 많습니다. 즉 특별한 목적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보다 즐거움에 기반한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는 말이 됩니다.
앞서 연구의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독서 습관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물었더니 가정환경(부모님, 형제자매, 집)과 학교 환경(선생님, 교실, 도서관)이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만 보더라도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나 문해력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가정의 독서환경이 아이가 장차 독서에 대한 지식과 태도에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자매, 조부모 등 가정 구성원들과 독서를 통한 상호 소통 경험이 모두 포함합니다.
읽기의 시작은 상호 소통입니다. 책을 준비해주는 것을 넘어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파트너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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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전자책 읽기, 매체 보여주기는 읽기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매체 시청시간이 4시간 이상 주당 10시간 이상일 경우 읽기 능력 및 학습능력의 저하와 연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매체 시청이 단순히 읽기 능력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를 보느라 학습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 읽기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매체 시청이 방해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아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 주는 장점도 많습니다. 부모의 어휘 활용이 낮은 경우 아이들은 매체를 통해 사회적 언어를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프로그램이 갖는 유의미성과 유해성을 잘 판단하여 적절히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매체 활용 능력이 매우 중요할겁니다. 아이들은 매체 속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종이책 읽기만 강조할 수 없는 이유이지요. 다양한 매체 프로그램들은 소리, 음악, 다양한 언어, 읽고 쓰기의 다양한 방식을 제공하며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정에서 매체 사용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구성원 간의 소통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들께서 함께 사용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도구로 활용하시길 제안합니다. 매체를 부모대신 상호소통하는 대체물로 활용하지 않길 부탁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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