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적 리터러시 (Emergent Literacy)
생적 문식성 (Emergent Literacy)
어느 날 아이가 색연필을 들고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그리고 "엄마"라고 하지요. 조금 더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아빠"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그리고 글자를 흉내내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아직 글자를 모르지만 무언가 쓰면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아는 것 같습니다. 작은 동그라미에 엄마라는 의미와 큰 동그라미에 아빠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 조금 더 크면 아이는 '사랑해'라는 글자를 그려서(!) 엄마에게 전달합니다. 글자를 쓴다는 느낌보다 그리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지만 아이는 자신이 전달하려는 의미가 엄마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 문식성)
앞서 리터러시는 글자를 기능적으로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넘어선다고 했습니다. 기호에 대한 의미 구성과 사회적 실천을 포괄한다구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같은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리터러시를 발달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야기할 발생적 리터러시(emergent literacy)는 아이들에게 리터러시가 발달하는 시작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발생적 문식성'이라고 하는데 초기 읽기 발달의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루며 기능적 능력보다 성격적 차원에서 이야기합니다.
리터러시가 읽고 쓰는 능력보다 훨씬 포괄적인 의미라고 했지만 기능적으로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에서 확장해 간다는 점을 생각할 때 문자의 뜻을 알고 제대로 쓸 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기능적인 읽고 쓰기를 잘 배워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지요. 발생적 리터러시 범주에는 언어나 책에 대한 형식적인 것과 비형식적인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즉 문자의 기능적인 읽고 쓰기를 위한 지식 등의 형식적인 것과 사회문화적으로 맥락적으로 알게 되는 비형식적인 것들이 모두 해당되는 것이지요. 특히 발생적 리터러시 시기의 형식적인 지식은 학교에서 읽고 쓰기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최근에는 발생적 리터러시 시기에 형성된 언어적인 초기 지식이 읽기, 쓰기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면서 발생적 리터러시의 환경적 요인, 언어적 경험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읽기 준비도(reading readiness)
이러한 발생적 문식성에 대한 관점이 부각되기 전에는 "읽기 준비도"라는 개념에서 읽고 쓰기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1950년대~1970년대에 대두되었던 이론으로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넘어 까지도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읽기 준비도는 "읽을 준비(ready)"가 되었는지에 대한 개념입니다. 아이들의 인지 발달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읽기를 학습할 준비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읽기 준비도를 측정하는 검사조차 어떤 것으로 읽기 준비를 측정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검사에서는 어휘, 듣기, 글자 따라 쓰기 등의 검사를 시행했다면 어떤 검사는 낱자를 인식하고 소리별로 글자를 구분하거나 음소를 조합할 줄 아는지, 단어가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지 등을 검사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검사 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는 학습을 미루거나 더 낮은 학급에서 학습을 하도록 하면서 준비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가위질 등 소근육 운동이 읽기 준비도를 촉진시킨다는 소문(?)도 돌면서 소근육 활동을 시키면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즉 읽고 쓰기 교육에서 인지적 성숙을 선행 조건으로 삼은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전략을 아이들의 읽기 능력 발달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인지적 성숙을 기다리는 사이 앞서 말씀드렸던 매튜효과(Mettew effect)의 읽기 격차를 가중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매튜효과(Mettew effect)는 2화 우리 아이 독자 만들기 참조)
발생적 리터러시
발생적 리터러시는 인지과학적 관점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논의되며 어린아이들의 읽기 교육에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인지적으로 "사"라는 글자를 보았을 때 ㅅ과 ㅏ의 모양을 인식하고 ㅅ의 소리와 ㅏ의 소리로 전환할 수 있고 그것을 조합하여 '사'라고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음운 인식과 낱자 소리 지식등이 필요합니다. 단어뿐만 아니라 문장 문법과 문장 부호 등의 이해도 포함되겠지요. 마주한 글에 대한 지식, 세상적 지식, 구어가 어떻게 문어가 되는지, 이야기 구조 등에 대한 등도 글을 읽고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발생적 리터러시 시기에 경험되어야 할 것들입니다. 한편 사회문화적 관점에서는 리터러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공식적인 읽기 학습 단계 이전에 자연스러운 리터러시 환경과 활동에 대한 것이지요.
인지적 측면이나 사회문화적 측면 모두 성인과 아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리터러시 발달을 도모하도록 합니다. 앞서 2화 읽기보다 대화, 3화 독서파트너가 되어주세요의 내용에 담은 상호 소통적 방법이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리터러시 경험은 훗날 학교에서 읽기 학습을 접하게 되었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미국유아교육학회(2014)에서는 유아기에 해주어야 할 리터러시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 하루에 최소 2회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세요
- 다양한 종류의 책을 탐색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책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어주세요
- 책에 대해 다시 말하거나 재현할 기회를 주세요.
- 책의 여러 요소와 글자를 확인할 기회를 주세요.
- 다양한 방식(낙서, 글자 같은 기호, 글자 등)으로 쓸 수 있도록 해주세요.
- 아이가 흥미를 느낄 글자, 단어를 제공하고 스스로 쓰려고 하면 도와주세요.
- 글자 쓰기에 시범을 보여주세요.
- 운율, 시, 노래 등 말놀이를 자주 하세요.
- 글자의 이름과 소리를 알려주세요.
- 첫소리와 끝소리가 같은 단어 찾기, 끝말잇기 등의 활동이 좋아요.
- 여기저기에서 책이나 인쇄물을 접할 기회를 주세요.
주변 글자를 읽어봐요.
우리 주변에서 문자를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상점 간판, 교통표지판, 과자봉지의 상표, 장난감 상표 등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자를 환경적 문자라고 합니다. 보통 만 2세 전후로 아이들은 환경적 문자를 알아차리고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숫자와 그림, 그리고 일반 기호와 환경적 문자의 차이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되지요.
앞서 호랑이 이야기를 지어냈던 우리 아들(2편 참조)은 자신의 이름의 글자를 간판에서 발견하더라구요. 자신의 이름에 있는 글자가 어떻게 음운이 구성되는지 알지 못해도 비슷한 글자를 찾으면서 글자를 보는 재미를 익히기 시작한 것이지요. 아들의 글자 익히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환경적 문자의 이점은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며 낱자의 이름과 소리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학자들은 환경적 문자에서 지식을 갖춘 아이들이 형식적인 읽기 학습에서 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노출된 환경적 문자를 토대로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것이지 환경적 문자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양육자와 아이 간의 언어적 상호작용입니다. 아이가 언어에 관심을 가지려고 할 때 흥미를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주변의 다양한 글자를 읽어보고 글자가 소리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낱자의 소리와 조합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발생적 리터러시 단계에서 적절한 자극은 학교에서 학습의 단계로 읽고 쓰기를 배울 때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단어 읽기(해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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