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과 독해는 달라요.

글자 익히기,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

by 기혜선
세상은 글자의 바다


우리는 글자의 바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글자를 접하게 됩니다. 핸드폰 알람 메시지부터 길가의 간판, 현수막, 물건의 라벨까지 글자는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글자를 읽는다는 것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자 숙련이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고를 촉발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글자를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여기서 글자는 굳이 긴 글, 문장을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의 환경 문자 대부분은 단어거든요. 간판이 긴 글인 경우는 거의 없지요. 무언가 임팩트 있게 전달하거나 정보를 줄 때도 단어를 씁니다. 그 속의 의미는 차치하고서라도 짧은 단어를 읽을 줄 안다는 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게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해독


해독은 글자를 읽고 그 의미를 유추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글자를 보고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나비’라는 단어를 보고 ‘나’와 ‘비’라는 소리를 조합해 단어를 읽는 것이 해독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단어를 소리 내어 읽었다고 해서 그 단어의 뜻이나 맥락을 이해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처럼 해독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기술로, 글의 의미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독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해독은 아이들이 세상을 읽는 첫걸음입니다. 글자를 읽으며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글자로 읽어낼 때 느끼는 성취감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자아 정체성의 확인과 연결됩니다. ‘내 이름을 내가 읽을 수 있다’는 경험은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더 많은 글자를 배우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요. 아이들은 책이나 간판, 포스터 등 일상 속 텍스트를 읽으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지식을 넓힐 수 있습니다. 길거리의 간판에서 ‘약국’이라는 글자를 읽어내고, 마트에서 ‘우유’라는 단어를 발견하는 작은 순간들은 아이가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중요한 과정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소통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아주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되는 것이며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독립적인 학습의 첫 단계이자 세상의 일원이 되는 시작인 것이지요.


한글 학습


아이들이 글자를 배우는 과정은 언어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을 해독하는 능력을 익히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글자와 소리 그리고 의미를 연결 짓는 과정인 것이지요. 이 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소리와 글자를 연결하고, 글자를 조합하면서 단어를 읽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면 점차 짧은 문장의 의미구조까지도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앞서 발생적 문식성 단계에서 말놀이나 언어놀이 등의 음운 연습은 소리와 글자 연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실 글자마다 각각의 음가(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 그리고 겹받침의 소리 등을 익히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각 글자가 쓰임마다 또는 결합되는 상황마다 다른 소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의미 구조로 확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집의 두 아이의 한글 학습 과정은 매우 달랐습니다. 당시의 유행하던 방법이 달랐던 것도 있지만 아이들마다 배우는 방식이 다른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큰아이는 이미지와 통글자를 먼저 익히고 한글의 조합을 이해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비"라는 글자를 먼저 읽고 ㄴ+ㅏ, ㅂ+ㅣ 의 조합으로 글자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자연히 익혔지요. 이렇게 익히다 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우리 한글이 가지고 있는 낱글자를 조합하여 쉽게 읽을 수 있는 아주 큰 장점을 간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은 아이는 자연스럽게 통글자를 읽힐 때 한글 조합 원리 즉 파닉스적 접근을 병행했습니다. 각 낱자의 소리값은 이미 인식했던 터라 조합되는 원리를 알려주었더니 한글 떼는 속도가 매우 빨랐어요.


앞서 환경 문자를 활용하는 방법을 말씀드렸던 것처럼 주변의 단어를 통글자로 읽으면서 그 모양에 대한 인식, 소리값 등을 익혀가면 좋습니다. 그리고 영어에서 알파벳을 배우 듯이 자음과 모음을 알려 주고 조합하는 놀이로 접근해 보길 권합니다. 자음 모음 자석 놀잇감이 아주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아직도 필수템인 이유가 있습니다. ;)


해독의 첫걸음: 기초를 다지는 방법


해독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가 글자와 소리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놀이로 시작하세요. 학습은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즐겁게 익힐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자음, 모음 자석이나 카드를 활용하거나, 퀴즈놀이도 좋습니다. ㄱ” 카드와 “ㅏ” 카드를 선택해 “가”를 만들고, '가'로 시작하는 단어를 유추하는 거예요. 아이가 ‘가방’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아주 큰 칭찬을 보내는 겁니다. 두 번째는 계속 이야기하지만 일상에서 생활화하는 거예요. 장을 보러 갔을 때 간판이나 상품명을 읽어보는 등을 놀이처럼, 대화처럼 즐겨보세요. 세 번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과 칭찬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전에 다른 놀이로 재빨리 넘기는 센스도 필요해요.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학습을 시키는지 놀이를 해주는 건지 기가 막히게 알거든요.


중요한 것은 아이가 글자를 배우는 과정을 즐겁게 경험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피드백과 일상 속 연습, 놀이를 통해 해독의 즐거움을 심어준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독해와 사고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는 한글을 배우는 기쁨과 함께 언어의 세계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유창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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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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