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하게 하는 읽기 : 독해력

사전지식과 추론, 읽기의 숨은 두 날개

by 기혜선

분명 읽었다고는 하는데 읽은 것 같지가 않습니다.

"무슨 내용이야?"라고 물으면 머뭇거리기 일쑤지요

.

"주인공이 누구야?"

"주인공이 뭘 했어?"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뭐야?"


물론, 책을 읽었다는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복합적인 측면에서 권장할 만한 사항은 아닙니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글 속에서 아이들과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질문은 아이들이 자신의 독서 행위를 시험하는 부모님의 평가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거든요.


늘 함께 읽고 싶지만 함께 읽기 어려운 부모님들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책을 읽히고 싶은 마음도요. 질문의 형태를 바꾸어달라고 말씀드리면 여러 사정을 털어놓으시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에 초점을 두어보겠습니다. 읽은 것 같기는 하는데 "몰라"라고 대답해 버리는 그 속사정을요.



독해력의 두 축: 사전지식과 추론


독해력은 읽기 이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독해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적인 것을 꼽으라면 '사전지식'과 '추론'이라고 하겠습니다.


1) 사전지식 : 아는 만큼 보인다.

읽기에서 사전지식(배경지식)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사전지식은 읽은 내용을 맥락화하고 이해하기 위한 배경 정보일 뿐만 아니라 글을 실제적으로 적용하고 활용하는 데에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에 대한 글이 있다고 해볼까요. 읽기 능력을 차치하고 이 글을 잘 읽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한다면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람일 겁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축구 경기를 본 적도 없는 사람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할 거예요. 이는 청킹(chunking)에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의미 단위로 자연스럽게 끊어 읽는 청크에서 비롯된 말로 정보를 덩이 짓거나 나누는데 사전 지식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지요.

읽기에 사전지식이 큰 영향을 미치는 예는 대학 입시 시험인 수능에서 과학 영역의 지문 같은 전문 영역의 글은 관련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글을 읽지 않고도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전지식이 독해에 늘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들에게서는 흔하게 사전지식이 독해를 방해하는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글에서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전지식에 먼저 의존하여 함정에 빠지기도 하거든요. 책 읽기를 좋아하던 저희 큰아이는 그 시기쯤에 문장을 끝까지 읽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읽더라고요. 초등 중학년까지 소리 내어 읽기나 번갈아 가며 읽기가 필요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이는 고학년이 되어 본격적으로 구조가 복잡한 문장이나 많은 정보가 들어있는 문장을 읽을 때 아주 큰 방해요소가 될 수 있거든요.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이나 표지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점검하고 연결하게 하는 질문은 사전 지식을 활성화하고 자신의 경험에 연결하는 활동입니다. 경험과 정서뿐만 아니라 어휘를 점검하는 등 읽기 전 활동이 아이들 독해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2) 추론 : 보이지 않는 것을 읽는 힘

사전지식이 독해에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읽는 이에게 '추론'을 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독해는 단어의 뜻을 아는 것 이상으로 여러 지식과 정보를 조합하고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독자는 사전지식으로부터 중요한 것을 추론하고 아이디어를 연결합니다. 즉, 추론은 글과 사전지식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글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정보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대명사의 의미를 파악하고 인과적 연결, 비교, 대조, 보강, 예측 등의 추론 과정은 글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지요.

인물의 마음이나 앞으로 일어날 일 등 책에 명시되지 않은 것들을 미루어 생각하게 해 보세요. 글을 겉으로만 읽고 끝내지 않고, 안에 담긴 의도와 정서를 꺼내는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야기 속 인물의 행동, 표정, 상황에 대한 해석은 추론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독해력을 키우는 읽기 전략


독해력을 키운다는 말은 학습력을 키운다는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메타인지를 키우는 독해전략으로 표현되기도 하지요. 일반적인 독해 전략으로는 사전지식 활성화 하기 - 질문하기 - 요약하기- 시각화하기 - 텍스트 구조 활용하기(이야기 지도 그리기)- 이해 점검하기 등의 활동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독서 전략으로는 SQ3R(Survey (훑어보기)-Question (질문하기)-Read (읽기)-Recite (암기하여 말하기)-Review (되돌아보기)), KWL(읽기 전에 알고 있는 것 - 읽으며 알고 싶은 것 - 읽은 후에 배운 것) 등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전략들입니다.

구체적으로 가정에서 활용하는 방법 몇 가지를 알려드릴게요.


1) 책 읽기 전, ‘질문 3종 세트’

책을 펼치기 전에 다음 질문을 던져보세요:

“제목이 무슨 뜻일까?”

“표지를 보니 무슨 내용일 것 같아?”

“이런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2) 등장인물에 공감해요.

읽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게 해 보세요.

“주인공은 표정이 어때? 기분이 어떨 것 같아?”

“너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이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질문은 추론력과 공감능력을 동시에 키워줍니다.
읽는 중 활동에 이어 역할극이나 표정 그려보기 활동으로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3) 중심 문장 찾기

정보글이나 설명문을 읽은 후에는 중심 단어나 중심문장을 찾아봅니다.

글의 단어나 중심 문장 카드를 만들어 섞어요.

아이가 순서대로 배열해보게 합니다.

혹은 챕터나 단락별로 가장 중요한 단어, 문장을 찾아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글쓴이가 독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일지 찾아보게 합니다.


작고 구체적인 질문이나 활동에서 거시적이고 전체적인 질문으로 나아가 보세요.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힘을 길러주고, 요약과 조직 전략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4) 그림으로 표현하기

읽은 내용을 만화, 순서도, 마인드맵 등으로 그려보세요.

시각적 재구성은 글의 맥락과 구조를 자연스럽게 짚어갈 수 있습니다.

사회 교과서나 과학교과서의 구조를 마인드맵으로 정리해 보는 것도 학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읽기란 단순히 책장을 넘기는 활동이 아닙니다. 기억하고, 추론하고, 연결하면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힘, 그것이 바로 독해력입니다. 책 한 권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책을 어떻게 읽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이제는 우리 아이들의 읽기 습관 안에서 함께 실천해 보세요.

다음은 책을 읽게 하는 힘, '읽기 동기'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오늘도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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