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는 참 예쁘구나 Oct 01. 2015

우물 안을 나온 개구리

세상 밖, 그 찬란한 꿈

렸을 적부터 나는 나보다 더 나의 가족을 사랑했어, 내 친구들도, 선생님도, 그리고 같이 어른이 되어야 했던 나의  옛사랑도. 물론 지금도 무척이나 사랑하지. 그래서 새로운 인연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 심해. 진심으로 대하지 못해서 언제나 곤혹이야.


오래된 걸 잘 버리지 못해. 컴퓨터, 책상, 의자, 핸드폰 심지어 볼펜 한 자루까지도. 모두 다 금세 정이 들어버려서, 쉽게 정을 떼어내듯 과감한 행동을 하지 않아 나는. 남들보다 유독 정이 넘쳐나서 그렇다고 생각해. 마음이 정말 약하거든 내가.


매일 세상이 궁금해 항상 꿈을 꿨어. 상상을 했지.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어. 뿐만 아니라 되고 싶은 것들도, 정말 넘쳐났지.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 혼자서도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어른. 그래, 그땐 부모님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거 같아. 물론 지금은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지만 말이야.  


그런데 막상 성인이 되고 보니, 어렸을 때와 다를 게 없는 거야. 아니 사실 내가 무능력하단 걸 너무나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지. 이력서. 그게 참 사람 초라하게 만들더라. 내가 너무 오래되고 안정된 어떠한 것들에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넓은 세상을 꿈꾸며 그 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는 나를 상상했지. 얼마나 좋아! 천재가 나타났다는 둥, 이 세상의 둘도 없는 인재라는 둥 하면서 나를 모두가 우러러 보기도 해. 오늘만 사는 현재의 나보다 미래의 내가 좀 더  프로페셔널해 보이기도 하면서 무진장 멋져 보여. 당장 알아봤지. 그런데 그러려면 우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거야. 다들 그렇게 했대. TV에 나오는 슈퍼 A급 K모양도 원래는 광주 우물 안 출신인데 나오려고 무진장 애를 썼대. 그래서 생각했지. 나가기만 하면 모든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구나 라고. 어떻게 고민 따위를 해봤겠어? 무작정 나오기로 결심했지. 엄마, 아빠, 친구들 심지어 내 방에 있는 모든 가구들까지 나를 뜯어 말렸어. 근데 어쩌겠어. 나는 이미 마음을 굳혔는걸. 설마 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는 모두가 나를 말릴 수 없었어. 훨씬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 엄마는 나를 보내고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대… 정말 불효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어. 근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한 편으론 내가 한 행동이 정말 잘했다 싶은 거야. 엄마를 위해서 꼭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져버렸으니까. 나를 포함한 모두를 위해서 우물 밖을 먼저 나온 거지,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처음 서울로 올라갔을 때.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웠어. 무엇이든 배우자. 어떤 일이든 강해지자. 울지 말자. 무엇보다도 현실을 즐기자."


그렇게 나를 위해 나는 우물을 넘었어. 내 두 팔과 두 다리로. 사실 숨은 공신이 더 컸지. 우리 부모님 어깨가 나를 지탱해줬거든. 무거운 나를 들어 올리느라고 무진장  고생했을 거야. 나는 그걸 알면서도 부모님의 어깨를 밟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하지만 어쩌겠어. 나는 나를 사랑하는 만큼 부모님도 사랑하는 걸. 그래서 나보다 더 가슴 아플 부모님을 스스로 밟았어. 눈을 질끈 감고서.


사진출처: 히죽히죽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