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꽂는 사람들

누군가가 "제발 우리 아이만은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할 것만 같다

by 이현석

집을 나서는데 태국 마사지숍 홍보 카드를 뿌리고 다니는 아저씨를 마주쳤다.

몇 주 전에 건물 현관문 작은 틈을 향해 홍보 카드를 집어넣는 또 다른 아저씨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그 모습이 흥미로워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척 옆에서 지켜봤다.


그들의 모습은 나름대로 이 일의 전문가처럼 보였다. 그들은 누가 보아도 등산을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옷차림을 하고 다닌다(꽤 커다란 무릎 보호대도 하고 다닌다).

그들 나름대로 경험을 쌓으면서 정착한 최고의 장비가 아닐까.

하기야 등산복이란 활동성에 최적화된 옷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그들이 지나간 자동차 창문에는 그들의 카드가 꽂혀있다.

마치 헨젤이 빵조각으로 지나온 길을 표시했듯이.


이렇게 생각하니 그들의 행동이 나름 귀엽게 느껴져 피식 웃는다.

내 차에 카드가 꽂아져 있다면 모르겠지만.

다행히 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닌다.


한 편으로는 우리 동네의 모든 자동차 창문에 카드가 꽂혀 있다고 상상하면,

이 동네가 그들에게 점령당한 듯한 느낌이 들어 왠지 꺼림칙하다.


그들이 우리 동네 마지막 차를 점령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제발 우리 아이만은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할 것만 같다.

그러면 그들은 아무런 동요 없이 카드를 툭 꽂고 옆 동네로 향하지 않을까.


여하튼 누군가 등산객 복장으로 바쁘게 돌아다닌다면,

그를 유심히 관찰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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