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생각하는 영화 <러브레터>
대학교 2학년 때였지? 추운 겨울 저녁녘이었는데, 동급생인 너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별 일 없이 기숙사에서 혼자 보내고 있다는 내 말에, 너는 일본 영화 한 편이 상영중인데 같이 보러 가자고 하더라. 지금은 사라져 버린 신사역의 한 극장에서 함께 보자고.
그렇게 너와 함께 보러 간 <러브레터>라는 영화는, 하얀 설원 장면으로 시작하더라. 사랑영화인가 싶었는데 , 또 한편으로는 아주 오래전에 만났던 동급생을 그리워하는 영화였어. 영화의 말미에는 주인공들이 잃어버린 시절이 그리워 주책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지.
영화를 다 보고 나온 길은 그 새 내린 폭설로 도로가 엉망이 되어 있었던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면서, 너와 나는 스무살에는 보이지 않는 미래와, 풋풋한 연애에 대해 이야기도 했고, 또 현실에 매몰된 어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던 것 같아.
우리 어디까지 서로 이야기했더라? 이제 나는 현실에 매몰된 직업을 가지게 되었으며, 너는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했고, 보이지 않던 미래는 막상 와보니 별 거 없더라는 이야기 같은 것은 우리가 나누었던가?
사실 그 어린 시절, 너와 걷던 엉망진창의 눈길에는, 묘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미래에 대한 설렘도 숨어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우리가 영원히 사라져 버린 신사역의 영화관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란 걸, 미처 몰랐었다.
가끔 눈이 오는 날이면, 그런 어린 날들이 생각나. 그러면 나는 흩날리는 하얀 기억들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그 시절의 너와 나에게 보내는 안부를 혼잣말로 되뇌어보기도 한다.
아나따와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당신은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잘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