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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Nov 24. 2021

우리는 이 <지옥>을 어디에서 봤더라?

넷플릭스 <지옥>이 현실의 혐오들을 연상시키는 이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이를 두고, 어떤 자들은 “이것은 부도덕에 대한 신의 응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게 하고, 마치 하얀가운의 의사를 연상시키는, 하얀 얼굴의 천사에게서 고지를 받은 사람들은 자기의 죽음의 원인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그리고, 그러한 자기 검열을 무기로,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사제들이 있다.


하지만, 그 사고는 사실 도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를, 그 사제들은 필사적으로 숨기려 한다. 죽음과 도덕의 이 무관계함이야말로, 사제들에게는 지옥이기 때문이다. 그 허무를 그들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 허무를 견딜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사제들의 권력의 이유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대충의 네러티브다.


역사를 닮은 이야기


이 이야기는 단순한 허구라고 하기에는 인류의 역사를 너무 닮아 있다. 흑사병이라는 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고행자들의 이야기까지 갈 것도 없이, 불과 몇십년 전 미국의 에이즈 사태를 우리는 그대로 떠올릴 수 있겠다.


80년대 에이즈가 처음 발병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성적 방종에 대한 신의 응징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모욕과 비난이 줄을 이었다. 보수 정치인들은 에이즈에 대한 공포를 무기 삼아 자신들의 세상을 관철시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에이즈는 신의 응징이 아니라, 단지 혈액접촉에 의하여 전염되는 바이러스 질환임이 밝혀졌다. 동성간의 성접촉보다 이성간의 성접촉에서 더 많은 사람이 HIV에 감염된다는 사실이나, 수혈을 통해서도 HIV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은 쉬이 간과된다. 콘돔이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신의 응징을 정당화하려는 사제들과 정치인들이 감추고 싶은 진실이다.


예측할 수 없는 사고에 대한 인간의 반응들


인간의 삶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사고들이 분명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고가 주는 “예측할 수 없음”은 인간의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공포는,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어떤 존재와 내가 기도같은 매개체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아주 쉬운 믿음으로 자연히 인간을 이끈다. 그래서,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이용해, 자신들이야 말로 신의 대변인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하지만, 인간을  무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없는 어떤 존재에 대한 맹목적이 복종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탐구이고, 부지런한 고민이다.


에이즈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지금의 에이즈는 과학의 발전에 의해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마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병이 되었다. 검증된 예방약이 나온지도 몇년이 지났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급격히 발전한 mRNA 백신 방식으로 만든 에이즈 백신의 가능성도 꽤 높은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맞닥뜨린 재난을 신의 영역에 맡기고 열심히 빌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을 믿고 사태의 본질을 탐구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지의 공포를 이용한 어떤 허황된 믿음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남아, 우리로 하여금 아직 공포심을 지닌 채  차별하고 배척하게 한다.


지옥이 던지는 묵직한 화두들


지옥 시즌 2가 나온다면, 그렇게 죽었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 살아 돌아왔을 때, 우리의 반응에 관한 이야기가 함께 있으면 좋겠다. 어떤 이들은 생환한 자들의 죄악이 손만 잡아도, 밥만 함께 먹어도 옮는다는, 무지에서 나온 혐오를 할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이들은 귀환한 이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동정의 눈으로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차별의 시선은 사실, 인생의 사고를 용감하게 목도하지 못하는 이들의, 나태한 도피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드라마 <지옥>은, 인생의 사건들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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