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인간이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별이 하나 있다. 그 별 깊은 곳에서 수소 원자 두개가 별빛을 빚어냈고, 그렇게 태어난 별빛은 별의 표면을 출발했다.
별에서 출발한 별빛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내달리기만 했다. 별빛이 처음으로 빨간 성운을 만나던 날에도 별빛은 성운을 살짝 곁눈질했을 뿐, 성운을 스쳐가면서 계속 내달렸다. 성운을 지나자 별빛의 앞에는 아무 것도 없는 심연이 펼쳐졌다. 하지만 별빛은 그 무서운 심연도 그저 내리 달렸다. 그 심연은 무척 어둡게 깊어, 별빛은 그렇게 3만년동안이나 홀로 계속 달렸다.
다행히 그 심연의 끝에는 어느 무거운 항성이 하나 있어, 별빛은 항성의 주변을 굽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굽은 채 다시 4만년의 억겁을 내리 달린다. 그동안, 외톨이 소행성 하나가 별빛의 곁을 쓸쓸하게 스쳐 지나갔다. 또 어느 버려진 행성 하나는 내달리는 별빛에게 잊혀진 종족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렇게 하고서도 수만년을 더 내달리던 별빛은, 커다란 고리를 가진 행성을 지나가더니, 작은 파란 빛의 행성으로 계속 내달렸다.
별빛은 마침내 파란 행성, 지구라고 물리우는 행성의 넓은 초원에, 누워 있는 한 이방인의 눈 속으로 담겨든다.
별빛을 담아 눈을 깜빡인 이방인은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아낸다. 무서운 심연을 달려 끝내 가슴 속에 담겨진 빨간 성운과, 외톨이 소행성과, 또 버려진 행성의 이야기가 시려워, 광야에 7만년의 울음을 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