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운 시간의 갈무리
당신이 보고 싶어 하던 뮤지컬을 함께 보고 나오는 거리에는 눈이 한참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극장 옆의 스타벅스로 들어간다.
뮤지컬은 내가 보여줬다고, 당신은 오늘 저녁과 커피 모두 다 사겠단다. 그러더니 당신은 휴대폰을 꺼내더니 잔뜩 화려한 장식의 음료를 내게 보여준다.
“이런 음료 먹어보고 싶지 않아? 어차피 내가 사는 건데 한 번 먹어보는 거 어때?”
“그럼 그건 너 마셔. 나는 단 거 안 먹잖아. 나는 그냥 라떼 한 잔 가져다줘”
“근데… 내가 요즘 스타벅스 스티커를 모으는데.. 행사음료 스티커가 사실 두 개 모자라거든”
아.. 당신이 우리 집에 가져다 놓은, 무거운 스타벅스 의자 세 개가 잠깐 생각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알았어. 그럼 내 것은 토피넛 라떼로 해줘”
당신이 음료를 주문하는 동안 나는 2층 창가에 자리 잡는다. 창 밖 거리는 어느덧 눈이 제법 쌓였다. 매장에서는 마치 캐럴을 재즈 편곡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당신이 잠시 후, 따뜻하고 크림이 잔뜩 올려진, 음료 두 잔을 가지고 자리로 올라온다. 첫 모금에 느껴지는 달고나 향의 따뜻한 감촉은, 칼로리의 죄책감마저 느끼지 못하게 심장을 감싸 안아버린다.
눈 오는 겨울, 따뜻한 카페, 달달한 음료. 뭔가 하나쯤 더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저녁 약속 가기 전에, 포장마차 떡볶이 한 접시에 오뎅국물 먹고 갈까?”
“그럴까? 그러면 떡볶이도 내가 쏜다!”
그래. 눈 내린 겨울, 따뜻한 까페에서 달고나 맛 커피를 함께 나눠 마시고 나와서 떡볶이 한 접시라면 꽤 간질간질하게 행복하다.
“고마워”
당신이 쳐다보는 게 쑥스러워 나는 재빨리 덧붙인다.
“떡볶이 사줘서”
사실 고마운 게 그게 아니란 걸 안다는 듯, 당신도 웃으며 대답한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