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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Feb 24. 2022

10년 전의 자기소개서를 읽어보았다.

이룬 것과 잃은 것.

오랜만에 구글 클라우드 문서 서비스에 접속할 기회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가, 10년 전에 내가 썼던 자기소개서를 읽어보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사법연수원 수료를 1년 앞두고 있는 예비 변호사였다. 사법시험이나 연수원의 성적이 좋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디에서 일할지가 수료 막바지까지 결정되지 않았었다. 조금 초조한 심정으로 여기저기 로펌이나 기업에 지원하던 그때, 정성스레 작성했던 자기소개서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업무경력으로 어필할 것이 없었기에, 나는 그나마 내 생활이라도 더 어떻게 잘 포장할까 싶어 열심히 고민했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에는 '도전정신'과 '성실함'을 주제로 삼은 과장광고 멘트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죽 더 채워 넣을 게 없었으면 '다양한 취미'와 '쾌활한 성격'을 주제로 몇 페이지씩을 적고 있었을까 싶다.


감사하게도 그런 나를 좋게 봐준, (혹은 내게 완전히 속아주신) 로펌이 있었고, 그곳에서 나는 첫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로펌 생활에서도, 1년 차 변호사인 나는 업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행여나 무언가 실수할까 봐 무척이나 긴장해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기소개서에 있는 "도전정신"과 "성실함"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부단히도 애썼던 기억이 남아있다.


생각난 김에 최근에 업데이트해 둔 이력서도 한 번 열어보았다. 두 번의 이직을 하고 10년 차 변호사가 된 지금의 내 이력서에는, 몇 페이지 가득하게, 내가 무슨 일을 했다는 설명들만 가득하다. 어느 회사에서는 어떤 사건을 맡았고, 어떤 회사에서는 무슨 회의에 참여해서 어떤 규정을 만들었다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10년 동안 그래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10년 전 자기소개서에서처럼, '쾌활한 성격'과 '다양한 취미활동'을 어필할 수 있는 군번은 아닌 것이 아쉽다. 어쩌면 전문가가 되어간 그 10년 동안, 실제로 내 쾌활한 성격과 다양한 취미활동이 실제로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쉬운 느낌이다.


초조하게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었을 10년 전의 나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본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지금은 초조하겠지만, 앞으로 좋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좋은 발전을 할 것이라고. 꾸준하고 차분하게 너의 길을 앞으로 가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면, 10년 전의 나도 다시, 지금의 나에게 회신해 올지 모르겠다. 잘 알겠으니 10년 후인 2022년에도, 자기소개서에 쓴 이야기들처럼, 계속 다양한 취미활동을 가지고, 도전정신도 잃지 말고, 또 쾌활하게 지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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