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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Feb 07. 2022

돼지국밥 찬가

고향의 소울푸드

제 고향 부산에서는 돼지국밥이 유명합니다. 돼지국밥가게가 한 블록에 하나쯤은 꼭 있을 정도니까, 부산에서는 돼지국밥이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돼지국밥과 비슷한 음식을 찾으라면, 깔끔하게 썰린 순대가 들어간 순대국밥이 있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사실 돼지국밥은 그런 정갈한 순대국밥과 분명히 다른 음식이에요.


몇천 원 하지 않는 돼지국밥을 시키면, 돼지고기 수육이 따뜻한 국물과 함께 뚝배기에 가득 담겨 나옵니다. 물론 국밥이다 보니 따뜻한 쌀밥도 말아져서 나와요. 그 푸짐한 뚝배기에, (부산에서는 “전구지”라고 부르는) 부추를 가득 넣고 김치를 올린 다음, 쌀밥과 고기를 함께 떠서 입안에 넣어 먹는 게 정석입니다.


처음의 향은 약간 비릿하다 싶은데, 부산 바다를 닮은 새우젓을 한 숟가락 넣고 매콤한 다진 양념까지 넣으면, 진한 국물이 입안에서 깔끔하게 잡힙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비릿한 향이 목구멍에 닿아서는 도리어 묵직한 따뜻함으로 느껴져요.


대학생 캠퍼스 커플이셨던 저희 부모님은, 학교 앞 허름한 돼지국밥집인 '비봉식당'에서 자주 데이트를 했다고 해요. 그 덕분에 저도 어렸을 때, 자주 부모님 손에 이끌려 비봉식당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고는 했어요.


사실 어머니는 데이트할 때 경양식 같은 것도 먹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매일 돼지국밥만 사주더라며, 아버지를 놀리기도 하세요. 그래도, 사실 어머니도 비봉식당 돼지국밥을 맛있게 드시고는 하셨답니다.


지금도 부모님을 뵈러 부산에 내려가면, 저는   정도는  돼지국밥을 찾고는 합니다. 그렇게 돼지국밥을   하면,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긴 허름한 가게의 고기 인심과, 젊었던 부모님의 든든함 같은 것이 허기진 배를 뜨끈하게 채워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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