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소울푸드
제 고향 부산에서는 돼지국밥이 유명합니다. 돼지국밥가게가 한 블록에 하나쯤은 꼭 있을 정도니까, 부산에서는 돼지국밥이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돼지국밥과 비슷한 음식을 찾으라면, 깔끔하게 썰린 순대가 들어간 순대국밥이 있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사실 돼지국밥은 그런 정갈한 순대국밥과 분명히 다른 음식이에요.
몇천 원 하지 않는 돼지국밥을 시키면, 돼지고기 수육이 따뜻한 국물과 함께 뚝배기에 가득 담겨 나옵니다. 물론 국밥이다 보니 따뜻한 쌀밥도 말아져서 나와요. 그 푸짐한 뚝배기에, (부산에서는 “전구지”라고 부르는) 부추를 가득 넣고 김치를 올린 다음, 쌀밥과 고기를 함께 떠서 입안에 넣어 먹는 게 정석입니다.
처음의 향은 약간 비릿하다 싶은데, 부산 바다를 닮은 새우젓을 한 숟가락 넣고 매콤한 다진 양념까지 넣으면, 진한 국물이 입안에서 깔끔하게 잡힙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비릿한 향이 목구멍에 닿아서는 도리어 묵직한 따뜻함으로 느껴져요.
대학생 캠퍼스 커플이셨던 저희 부모님은, 학교 앞 허름한 돼지국밥집인 '비봉식당'에서 자주 데이트를 했다고 해요. 그 덕분에 저도 어렸을 때, 자주 부모님 손에 이끌려 비봉식당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고는 했어요.
사실 어머니는 데이트할 때 경양식 같은 것도 먹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매일 돼지국밥만 사주더라며, 아버지를 놀리기도 하세요. 그래도, 사실 어머니도 비봉식당 돼지국밥을 맛있게 드시고는 하셨답니다.
지금도 부모님을 뵈러 부산에 내려가면, 저는 한 끼 정도는 꼭 돼지국밥을 찾고는 합니다. 그렇게 돼지국밥을 한 입 하면,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긴 허름한 가게의 고기 인심과, 젊었던 부모님의 든든함 같은 것이 허기진 배를 뜨끈하게 채워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