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따뜻한 축일
구미, 청주 혹은 부산이 고향인 우리는 이 낯선 도시에서 각자 홀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 서울이라는 곳은, 겨울에는 더욱 매섭게 춥다. 그래서, 혼자 자글자글하게 방안 온도를 데워놓고 두꺼운 이불에 푹하고 쌓여 있어도, 자꾸 더 따뜻한 남쪽의 고향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회색빛 서울의 겨울에도,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지나고 나면, 곧 다가올 신년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크리스마스라는 큰 축일이 하나 있다. 우리는 그 핑계로 도란도란 누군가의 집에 모여든다.
우리 중에는 크리스천도 있고, 불교도도 있고, 또 종교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양념이 듬뿍 밴 배달음식들을 서로 덜어주면서, 1년간 살아남은 각자의 이야기의 무게도 함께 덜어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케이크를 꺼내 초를 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한다.
누군가가 익숙한 유행가 한 곡을 흥얼거리기 시작하자, 모두가 나머지 소절을 함께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너희가 특별히 골랐다는 과일 케이크의 색깔이, 고향처럼 예쁘구나. 이 차가운 도시의 건조한 계절은, 따뜻한 우리의 배경이 되어주기 위해서 이리도 삭막했었던가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