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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Jan 10. 2022

이방인들의 크리스마스

겨울의 따뜻한 축일

구미, 청주 혹은 부산이 고향인 우리는 이 낯선 도시에서 각자 홀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 서울이라는 곳은, 겨울에는 더욱 매섭게 춥다. 그래서, 혼자 자글자글하게 방안 온도를 데워놓고 두꺼운 이불에 푹하고 쌓여 있어도, 자꾸 더 따뜻한 남쪽의 고향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회색빛 서울의 겨울에도, 밤이 가장  동지를 지나고 나면,  다가올 신년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크리스마스라는  축일이 하나 있다. 우리는  핑계로 도란도란 누군가의 집에 모여든다.


우리 중에는 크리스천도 있고, 불교도도 있고, 또 종교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양념이 듬뿍 밴 배달음식들을 서로 덜어주면서, 1년간 살아남은 각자의 이야기의 무게도 함께 덜어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케이크를 꺼내 초를 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한다.


누군가가 익숙한 유행가  곡을 흥얼거리기 시작하자, 모두가 나머지 소절을 함께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너희가 특별히 골랐다는 과일 케이크의 색깔, 고향처럼 예쁘구나.  차가운 도시의 건조한 계절, 따뜻한 우리의 배경이 되어주기 위해서 이리도 삭막했었던가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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