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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Mar 20. 2022

2071년 11월 블록체인 자료검색 요청건에 관한 회신

내가 nft 로 저장해 두고 싶은 것들

 할아버님께.


안녕하세요? 잭 할아버님. 저희 블록체인 자료 검색 서비스를 찾아오신지도 한달이 흘렀네요.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래도, 솔라나 기반 NFT 에서, 할아버지께서 찾으시던 자료를 드디어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말씀하신 자료의 사본은 할아버님이 보관 중 분실하셨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고객님께서 기억하고 계신 일부분의 단서들로 자료를 찾을 수 밖에 없어서 많이 늦어진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번 저희 센터로 방문하셨을 때, 할아버님은 NFT화 하셨던 그 자료가 동영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해당 자료가 블록화된 시기는 2021년이라고 말씀하셨고요. 참 오래 전 영상이네요. 그리고 동영상의 등장 인물은 총 네 명이고, 해질녘의 영상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려운 이야기라 설명을 드리자면, 원래 NFT 로 체인화된 자료를 찾는 일은, 일반 사진자료를 찾는 일보다 훨씬 어려워요. AI로 검색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블록을 구성하는 영상의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에, 발췌된 블록상의 동영상 부분에 말씀하신 ‘네 명’ ‘해질녘’같은 사항이 다 들어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해당 블록의 고유한 체인 주소를 기억하지 못하신다면, 저장하신 NFT를 검색하기 위해서는 당시 블록형성 당시의 체인의 발자국들을 일일이 확인해봐야 합니다.


그래도, 얼마의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시더라도 해당 영상을 꼭 찾고 싶다고 하시어, 저희가 최대한 활용 가능한 리소스를 동원하였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걸릴 수 밖에 없었던 점을 이해해 주세요.


그렇게 찾아낸 영상의 사본을 이렇게 보내드립니다. 체인 주소는 아래 따로 적어드렸으니 이번에는 꼭 분실하지 마시고 잘 메모해 두세요.


동영상은 잭 할아버님이 젊었던 시절, 잭 할아버님의 어머님과 아버님, 그리고 동생의 따스한 웃음이 가득한 영상이군요. 해질녘 이어지는 네 분의 일상대화가 잔잔하게 느껴집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하릴 없는 대화와 잔잔한 미소들이 따뜻하네요.


잭 할아버님 가족의 그 따스한 저녁모습은, 앞으로도 솔라나 블록체인이 계속되는 동안 영원하겠네요. 사람들이 “솔라나”를 찾을 때면, 잭 할아버님 가족들의 모습이 함께 포함된 그 체인을 찾는 것일 테고요. 어쩌면 인류가 사라져버린 후에, 기계만으로 세상이 유지된다고 해도, 잭 할아버님 가족의 저녁모습은 체인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에요.


하지만, 사실 NFT에 저장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잭 할아버님의 눈과 마음에 담긴 가족들의 모습만큼, 따뜻함을 전달드리기는 어렵겠죠. 아마도, 잭 할아버님이 찾고 있었던 것은 그 영상이 아니라, 그 때의 가족분들의 아름다웠던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이야말로, 잭 할아버님의 가슴에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한 조각을 형성했을거에요. 그리고 그 순간이 누구도 변경할 수 없는 사랑이 되어, 잭할아버님이라는 따뜻하고 거대한 체인을 만들어 주게 된 것이겠죠.


저도 잭 할아버님 덕분에 다짐한 게 있어요. 소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른 곳보다도 제 눈에, 그리고 가슴에 더 선명하게 아로새기겠다는 다짐을 했거든요.  그 기억은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조각으로 남아 저라는 아직은 작은 체인을, 더 풍부하고 따스하게 만들어 주겠죠.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잭 할아버님. 건강하세요.


2071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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