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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Apr 19. 2022

도대체 검수완박이 뭔데?

검찰개혁에 동의하지만, 서툰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이유.

'검수완박'으로 정국이 뜨겁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임말인데, 이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대통령과 검찰총장, 경찰의 입장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의 주요 권한 - '수사권'과 '기소권'

현재 형사사건들에서 검찰의 주요 권한은 크게 두 가지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그것이다. 수사권은 범죄자가 우선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에 반해 기소권은, 법원에 범죄자를 처벌해 달라는 공소를 제기할 권한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사건에서의 순서를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경찰에서 우선 사건에 대해 초동 수사를 하고 나면, 검찰에서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나 달리 수사할 사항들을 더 수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 구속이나 체포와 같은 강제수사를 할 필요가 있으면 경찰이 아닌 검사가 법원에 이를 청구하여 수사한 뒤, 검사가 수사를 종결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수사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면, 검사는 이 사건을 법원에 가지고 가, 형사 재판을 받게 할지 결정한다. 이것이 기소권인데, 검사가 법원에 기소를 하고 나면 검사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에 대항하여 대등한 당사자로서 형사 재판정에서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


이 중 기소권은, 사법제도의 구성에 있어 필수적인 권한이자 검사 이외에 다른 기관이 행사할 수도 없는 검찰 본연의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민주사회에서 독립적인 검사가 기소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했고, 이 부분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문제를 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수사권은 2011년 이전에는 검사만이 거의 독점한다고 볼 수 있었던 것이, 2011년 이후에는 경찰의 수사 개시권이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에서도 검사가 수사권을 행사하는지 여부의 양태가 달랐기 때문에, 사실 수사권의 문제는 당위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입법의 문제이기는 했다. 특히, 수사 중 구속과 같은 강제수사의 경우에는 헌법상 중요한 문제이고, 그것을 검사가 청구하도록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적인 합의까지 있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그런 수사권 집중의 문제가 불거지자, 2020년에는 다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 기존에는 검찰이 경찰에 수사를 지휘할 수 있도록 하던 것을 아예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던 것으로 개정되었다. 게다가 기존에는 검찰조서와 경찰조서의 증거능력이 다르던 것마저 개정되어서, 최소 2020년 이후의 지금의 검찰의 수사권은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선이 끝난지 한달만에,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검수완박의 논지

검수완박의 주장은, 주로 검찰이 권력에 기생하여 온 태도를 고쳐야 하며, 그 일환으로서의 수사권 조정은 입법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이유로 하고 있다. 여기에 다시 경찰에서도 찬성 의견을 보태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현장에서의 수사가 경찰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수사권을 경찰이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1년 이전에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마치 상하관계가 있는 것처럼 인식되던 것에 비하면 무척 파격적인 주장이다.


물론 수사권 조정의 문제가 아무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불가침의 문제도 아니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입법으로든 개헌을 통해서 변경할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다. 또 검찰 수사권 조정의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도록, 정치적인 사안에 대하여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던 검찰의 권한이 너무 방만하게 행사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련의 '검사와의 대화'를 불러일으킨 검찰의 집단적 사고방식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검찰 출신 대통령으로 인한 검찰의 과도한 권력 집중을 현 여당이 걱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서툰 검수완박의 부작용들


그런데,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수사권의 주어를 검찰에서 경찰로 바꾼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각 나라마다 형사절차의 모습은 다른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대한 오랜 불신으로 인해, 수사기관의 수사들은 엄격하게 형사재판을 전제로 하여서 발동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애초에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한 이유도, 비대할 수 있는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이를 제어해야 한다는 취지가 강했다. 10만 명이 넘는 경찰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기소가 되던 안되던 수사를 진행한다면, 수십 년간 우리가 지켜온 인권의 가치는 어떻게 되겠는가?


게다가, 여당은 이제껏 무엇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급하게 기껏 조문 몇 개로 개정하려고 하는 것인지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당장 현재 검찰에서 민생범죄 수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일선 검찰 수사관들의 지위는 어떻게 될 것인지 (검찰청에는 검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검찰을 보좌하여 수사하는 수사관들이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있다.), 또한 기소나 수사 이외에 형사절차에서 정하고 있는 여러 검찰의 경찰에 대한 감독권이 어떻게 조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혹은 기소권과 수사권이 완전히 분리됨으로 인하여 벌어질 수 있는 과잉수사의 문제라거나, 형사재판과의 연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여당이 제대로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아직 없다. 이러한 논의 없는 서툰 검수완박은 결국 검찰을 잡으려다 국민까지 피해를 입게 하는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 수사권 집중이 문제라고 하여 이미 한차례 검경수사권 재조정과 공수처 설립을 관철시킨 지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급하게 폐지하고 나면, 결국 남은 수사권은 경찰청이 독점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지금 여당은 10만이 넘는 경찰을 지휘하는 경찰청장이, 검찰과는 달리 정치적 중립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가? 당장 과거 쇠고기 파동과 탄핵사태, 용산참사에서의 경찰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돌이켜 보고, 여당이 이러한 문제들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서툰 개정은 개악일 뿐

우리나라의 형사 사법 절차는 수십 년간의 경험과 반성에서 끊임없이 개정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수십 년간 수사기관의 전횡을 많이 겪었고, 그래서 치열한 투쟁 끝에 결국 민주적 견제를 받는 수사기관을 만들어가고 중이다.


그 속도가 충분하지 않은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검찰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탈권력화도 물론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진지한 고민이나 국민적 합의 없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명분 하에 비대한 경찰 조직에 완전히 수사권을 내어주려고 한다면, 그것은 형사소송법의 여러 규정상 우리가 지켜낸 원칙 : 기소를 전제로 하여서만 수사할 수 있다는 원칙을 허무는 일이 될 수 있다.


서툰 검수완박은 여당의 한 맺힌 기대와는 달리, 훨씬 비대한 권력형 수사기관을 부활시킬 위험이 다분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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