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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Jun 24. 2022

변호사가 보는 변호사 드라마

변호사가 본<닥터 로이어>, <왜 오수재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변호사 드라마가 뜨고 있다.


드라마 “닥터 로이어”와 “왜 오수재인가”가 인기를 끌고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변호사는 분명 드라마 소재로 삼기 좋은 직업이다. 정의를 변호하는 직업이라는 타이틀,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논리의 전개들이, 시청자들에게 묘한 쾌감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변호사의 눈으로 보면, 이들 드라마들도 재미있지만 많은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실제의 변호사 업무와 드라마에서 변호사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감춰진 사실을 밝혀내는 ‘탐정’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실제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다. 오히려, 현실에서의 변호사들은, 드러난 사실관계를 기초로, 법리적인 구성을 어떻게 하여 재판부를 설득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또, 드라마 속 법정에서는 치열한 구두 변론 다툼만으로 재판이 이루어지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서면에 의한 다툼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물론, 가급적 재판에서 구두로 필요한 설명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 속에서는 치열한 법리다툼을 구두로 마무리 짓기에는 버거운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실제 재판에서는 서면의 다툼이 재판기일 뒤에까지 이어져서, 재판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들이 훨씬 많다.


드라마에서는, 불시에 결정적 문서를 증거로 제출하는 장면들도 많이 나오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증거능력의 인부 과정의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그런 광경을 보기가 정말 힘들다. 현실에서는 재판 중에 중요한 증거가 나온다면, 변호사는 증거에 대한 설명을 잘 기재한 다음, 미리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는 상대방도 증거를 검증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에서처럼 재판기일에 변호사가 갑자기 아무 예고나 설명 없이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다가는, 재판부의 ‘쟤 또 저러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다른 모습들을 감안해도,  ‘왜 현실의 변호사들은 드라마에서처럼 멋있지 않나요’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받으면, 변호사가 나오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게 된다.


현실에서는,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을 찾기가 참 어렵다. 가족 간에도 소송이 벌어지는 마당에, 내 편이 되어 이 혼돈 속에서 나를 믿고 이끌어주는 사람을 찾기는 너무 힘들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사명감과 정의감을 가지고, 아무 조건 없이 내 말을 들어주는 '드라마 속 변호사'들의 이야기에 끌린다.


그런 드라마의 변호사들을 보다가 실제의 변호사를 만나면 사실 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일단 변호사들이 소지섭처럼 생기지 않아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의 변호사와 다르게, 현실의 변호사들은 일방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실, 현실의 변호사들에게 묵묵한 사명감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현실세계에서의 변호사들이 진실과 실체를 다룰 때 더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을 아무리 백 프로 믿는다 하더라도, 검사나 상대편 변호사, 혹은 판사가 의심을 가질 때, 변호사는 의뢰인을 대변해 그들의 의심을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변호사는 다른 법조인들의 의심을 의뢰인에게 전달해서 미리 의문을 해소해 놓아야 하고, 그래서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잔소리꾼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게 드라마와는 달리, 현실의 많은 변호사들이 ‘의뢰인의 편’이 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현실의 변호사들은 드라마의 변호사들보다 멋있기가 힘들다. 하지만 드라마의 변호사들처럼 행동했다가 의뢰인에게 해를 주느니, 인기 없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현실에서는 훨씬 나은 선택이 된다.


어쩌면 이 괴리의 원인은, 더 근본적인 데 있을 수도 있겠다. 애초에 드라마는 작가가 깔끔하게 선악을 나누어 잘 쓴 이야기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완전한 악인이나 선인, 참과 거짓을 칼 자르듯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 그렇기에 이 복잡한 현실의 변호사들은 신중하기에 멋이 없다.


물론, 드라마 속 변호사들의 모습은, 현실세계의 변호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변호사들도 법정 드라마를 보면서 '혹여라도 내가 의뢰인의 이야기를 덜 듣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은 사실관계의 탐지에 게으른 것은 아닌가'하고 곱씹어 보게 된다. 그리고, 세상에는 실제로 의뢰인들에게 무성의한 변호사들도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도 없겠다.


하지만, 비록 현실 세계에서 조금 까칠하고 신중하고 멋이 없을지는 몰라도, 대부분 변호사들의 정의감이 소지섭과 서현진의 그것과 다르지는 않다. 다만 그들과 현실세계 변호사들의 차이는, 어쩌면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깔끔한 선악의 세상인지, 혹은 그렇지 않아서 의뢰인과 한 팀이 되어 계속 싸워나가야 하는 현실인지의 차이가 아닐까.


(또한, 현실세계의 변호사들의 외모가, 소지섭에 비해서 '종잇장처럼 얇은 정도의 차이'로 떨어지는 점에 대해서 충분히 양해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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