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잭변 LHS Jul 19. 2022

변호사가 본 우영우 변호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드라마는 다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사실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 드라마는 다르구나’ 싶었죠.


사실, 이제까지 다른 법정 드라마를  때에는, 그 내용이 현실과는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통 법리구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현실의 변호사들과 다르게, 드라마  변호사들은 사실관계를 탐지하는 초능력이라도 가진 마냥, 탐정의 역할을 하는 능력을 극화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이름의 드라마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을  같아,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워낙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1화를 보는 순간, 헉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0년 차 변호사인 저도 놓칠뻔했던 쟁점을 풀어내는 솜씨를 보면서, 작가들이 참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짬밥 있는’ 변호사들에게는 처음부터 이길 수 있는 쟁점이 보였는데, 신입 우영우 변호사는 에피소드의 마지막에서야 그걸 알아채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실의 후배를 보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고요. 그렇게 매화의 이야기가 쌓이면서 현실의 이야기에 가까운 법정드라마가 계속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모든 이야기가 우영우 변호사의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전형성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며칠 전, 몇 명의 친한 변호사들이 오래간만에 술자리를 가졌는데, 단연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이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를 본 변호사들 모두, 하나같이 그 현실성과 이야기 전개에 감탄을 했으니, 비단 저만의 평가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오히려 저 스스로의 편견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의뢰인과 계속 소통해야 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너무 쉽게 극화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변호사들이 보기에도 쉽게 수긍이 갈만큼 현실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보면서, 오히려 제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 드라마가 판타지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장애인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시스템 때문에 직업에 대한 허들은 높고,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는 아직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이 드라마는 사실적이기도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영우가 가진 그런 소수자성을 사실 모든 변호사가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예를 들어, 권모술수 권변처럼 줄곧 시험의 과정에 갇혀서,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데 아직 미숙한 현실의 일부 법조인들은 어떨까요? 그들이야말로 우영우 변호사보다 더 깊이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복잡한 사회의 혼돈스러운 가치관들 앞에, 현실의 변호사들도 우영우 변호사처럼, 올바른 변호사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드라마는 그런 혼란을 우영우 변호사의 시각에서 전달함으로써, 비전문가인 시청자들에게도 변호사들이 느끼는 고민의 깊이를 더 효과적으로 잘 전달한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우영우 변호사의 이야기도 많이 기대됩니다. 변호사라도, 장애인이라도, 아빠라도, 탈북자라도 혹은 다른 어느 누구라도, 우리가 싸우고 고민해야 하는 이야기들은 세상에 너무 많으니까요.


어쩌면 그렇게 사람냄새 나는 고민의 이야기가, 우영우 변호사가 풀어내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팜므파탈 혹은 성녀의 희생 뒤, 인생에는 무엇이 남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