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잭변 LHS Feb 25. 2023

우리 상친놈들에게 영화버전 ‘상견니’는 왜 선물인가

드라마 버전의 아쉬움과 영화버전의 문제 해결

‘상친놈’이란? : ‘상견니’에 미친놈의 줄인말로, 동아시아에서 메가히트를 친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광팬을 의미한다. 드라마의 주요한 내용은, 타임슬립을 한 여자 주인공 황위쉬안이, 과거에 죽은 자신의 연인 왕취안성과 똑같이 생긴 남자인 리쯔웨이를 과거에서 만나, 타임슬립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해결해 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남자 주인공 리쯔웨이와 여자 주인공 왕취안성의 로맨스가 드라마의 주요한 주제였고, 그 감성이 동아시아의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동료 상친놈들, 안녕? 이번에 영화버전이 개봉하면서 새로 상견니 정주행 시작한 이들 많지? 나도 그 중의 한 명이었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영화버전을 보려고 했는데, 꽤 오래전에 드라마를 봤던지라, 혹시라도 내가 또 빼먹는 이야기가 없을까 하고 다시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었지.


드라마에서 소외되었던 인물들 :
천윈루와 왕취안성

그런데, 이번에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드라마 상견니에서 좀 소외된 등장인물들에 눈이 가더라. 우리가 황위쉬안과 리쯔웨이의 러브스토리에 집중하느라 놓쳐버린 두 인물이 있잖아? 여자 주인공과 똑같이 생긴 과거의 여자인 천윈루와, 남자 주인공과 똑같이 생긴 미래의 남자인 왕취안성의 본체 두 사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두사람은 두 주인공들인 황위쉬안과 리쯔웨이의 사랑에 가려져 다소 억울한 퇴장을 맞이해야 했잖아.


특히, 그 소외된 두 사람안 천윈루와 왕취안성은 각각 어느 정도의 소수자성을 띄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드라마의 시선은 그들에게 따뜻하다가도 동시에 그들을 억지로 퇴장시켜야 하는 전개로, 다소 잔인하게 그들을 퇴장시켰다는 느낌이었어. 나 역시도 상견니를 무척 즐겨보았지만, 그 두사람의 잔인한 퇴장은, 드라마를 즐겨본 경험과는 별개로, 정말 찝찝한 느낌으로 남게 만들었었거든. 아마 많은 우리 상친놈들도 그런 느낌이었을거야.


그런데 그 찝찝한 감정은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는지, 이번에 개봉한 영화 버전의 상견니는 확실히 그런 찝찝한 뒷맛을 개운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어.


영화버전 상견니의 의미


영화를 보고 들어온 상친놈들이 대부분일테니, 영화버전의 스토리를 간략히 정리해 볼까?


영화는 드라마가 끝나고 공개된 쿠키영상의 세계와 같은 세계인 것처럼 보였어. 드라마는 리쯔웨이와 황위시안이 타임슬립은 전혀 모르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을 암시하면서 끝나는데, 영화는 그 연장선상에 있더라고. 리쯔웨이와 황위시안이 새로 시작한 세계에서는 타임슬립은 없고, 두 사람은 서로를 닮은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고도 사랑에 빠지게 되지. 하지만, 리쯔웨이의 세계와 황위쉬안의 세계에서 각각 상대방은 죽음을 맞이하고, 어느 순간에서부터 타임슬립이 시작돼. 그런데, 그 과정에서 천윈루와 왕취안성이라는 두 사람이 다시 끼어들게 되지. 하지만, 이번에는 두 주인공을 방해하거나 희생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들의 사랑을 지키는 용기를 가진 인물들로 나오고, 결국 타임슬립의 원인이었던 카세트테이프를 파괴하면서 리쯔웨이와 황위쉬안의 사랑도 지켜지고, 천윈루와 왕취안성도 각각 자신들의 평온한 삶을 살게 돼. 그래서, 이번 영화 버전은, 드라마 상견니가 억울하게 무시했던 천윈루와 왕취안성의 이야기를 다시 살려내는 이야기야.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어. 타임슬립이 반복되면서 드라마 팬들도 내용을 이해하기 버거웠는데, 영화버전을 처음 볼 관객들에게는 별로 친절한 설명도 없는 장면들이 어떻게 다가왔을지 걱정되기는 하더라. 하지만, 우리 상친놈들에게 영화 버전은 큰 선물이었고, 이것으로 드라마의 약간은 찝찝했던 뒷맛을 개운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


왕취안성이 죽지않고 살아가게 된 세상 : 누구를 좋아하든 이상한 일이 아닌 세상


 특히, 왕취안성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는데, 드라마의 왕취안성의 본체는 ‘언젠가는 이 세상이 바뀌기를, 내가 누굴 좋아하든 더는 이상한 일이 아니기를’ 이라는 이야기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잖아. 그런데, 그동안 대만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이 되고, 그 불과 몇년 사이에 대만은 그런 세상에 더 가까이 간 것 같아. 그래서, 이번의 왕취안성은 천윈루의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그런 세상을 살아가게 된 것이 감동적이더라.


우리가 사랑했던 상견니의 “쏘이잔스 테이프“는 사라졌지만, 리쯔웨이와 황위시안, 왕취안성과 천윈루, 모쥔제까지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완결된 마무리를 해 준 제작진에게 감사해. 덧붙여, 우리 사회도 누구를 좋아하든 이상한 일이 아닌 세상이 얼른 되었으면 해.








매거진의 이전글 변호사가 본 우영우 변호사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