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길상사

짧은 참선의 경험

by 잭변 LHS

아스팔트가 녹는 냄새가 한여름의 도시를 맴돌고 있다. 더위는 숨을 틀어막아서, 가슴속에서부터 깊은 짜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왜 또 이리 길이 막히는지, 나는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어서야 길상사에 들어섰다.


길상사의 입구인 일주문을 들어서자, 높은 나무들의 깊은 그늘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치 그 나무들이 더위로부터 길상사를 막아주려는 듯 보였다. 신기하게도 그 그늘에 들어서면서 더위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일주문은 세속과 부처님의 세상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라고 하더니, 과연 일주문은 이 푹푹한 날씨로부터도 절을 보호하고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에 들어선 나는, 가야 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몰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한 보살님이 합장을 하며 내게 다가와 혹시 어디를 찾고 계시냐고 물어본다. 나는 당일형 템플스테이 체험을 하러 왔다고 대답했다. 보살님은 오른쪽의 법당 건물 2층으로 가면 된다고 대답하셨다. 그제야 사람들이 문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나는 합장을 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보살님도 합장을 하시며 "성불하세요"라는 인사를 하시며 온화하게 미소 지으신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은 불교식의 인사법을 간단히 배운 뒤, 세 번의 참선과 두 번의 행선을 경험했다.

"가부좌가 안되면,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마세요. 자신에게 가장 편한 자세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잡념이 들 때에는 '잡념이 있구나.' 하고 바라보기만 하세요. 억지로 걷어내려고 하지 않고, 그 상황을 바라보는 겁니다."


명상을 지도하시는 법사님의 말씀은, 훈계라기보다는 온화한 일러줌의 이야기에 가까웠다. 무언가를 억지로 이기려 하지 않고, 관조하는 것. 그것이 바로 불교식으로 진리를 알게 되는 방식이라고 법사님은 알려주었다.


참선을 다 마치고, 참가자들은 둘러앉아 오미자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스님께 뜬금없는 질문을 하나 했다.


"스님, 행복은 무엇인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스님은 내 눈을 잠시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행복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죠. 행복을 멀리하는 방식의 수행도 과거에는 있었지만, 저는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이라, 그것을 억지로 거스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들 중 어떤 것이 옳은지는,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겠죠. 자기 파괴적인 방식들도 있는데 그런 방식에 매몰되면 안되겠죠. 반대로 이타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느껴지는 행복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행복이 가장 좋은 행복 같아요."


스님의 말씀에, 부드러운 오미자의 향기처럼 잔잔한 감동들이 법당 안을 맴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문을 나서자 다시 후끈한 공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일주문을 들어오기 전에 느꼈던 짜증은 어느덧 잠잠해져 있었다.


날씨가 덥구나. 하긴, 여름이니까 당연하겠지. 이 도심 속의 조용한 절을 감싼 나무의 푸른 녹음도, 이 더위에서야 비로소 자라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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