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귀향단상

편안하고 아늑하게 졸려워가는 밤

by 잭변 LHS

"아이고 말도 마라. 너거 아버지 잔소리 인자 많이 줄었다."


부산역으로 굳이 나를 데리러 오신 어머님의 목소리가 그래도 많이 누그러져 있다. 지난번에 부산에 내려왔을 때에는, 두 분이 크게 다투셔서 나도 마음이 불편하던 차였다.


"내가 진작에 이놈의 영감탱이를 잡았어야 하는긴데.. 젊었을 때에는 그 잔소리를 왜 내가 다 듣고 있었을까 모르겠네.."


아버지가 없을 때면, 어머니는 매번 아버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시지만, 묘하게 그 목소리에는 항상 애정이 담겨 있다. 아버지의 퇴직 이후로 두 분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는, 그 목소리에는 여유 있는 유머까지 섞인다.


"잔소리는 줄었는데, 요즘에 내 요리가 더 맛있어져서, 살이 더 쪘다고 불평이 좀 늘었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고향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여는 키패드 소리를 듣고 집안에서 누군가 후다닥 달려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가 '아들아 왔냐' 하면서 안쪽에서 문을 여신다.


"다녀왔습니다."


나는 항상 고향집 문을 열 때면 '다녀왔습니다'하고 인사한다. 사실 서울에서 나 혼자 지낸 햇수가, 부모님과 함께 지낸 어린 시절보다도 더 오래되었지만, 당신들께서도 그 인사를 전혀 어색해하지 않으신다. 부산역에서 산 선물용 막걸리를 내밀며, 내가 맛있게 먹은 술이라 아버지랑 같이 먹어보고 싶어서 사 왔다고 이야기하니,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려지지 않는다.


아버지께서 저녁을 사시겠다고 했고,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아직은 당신께서 가장인 집에서, 저녁밥을 자식에게 먹이는 기쁨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중국집까지 걸어가는 길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느 길이 지름길인지에 대해 투닥거리기는 하셨지만, 늘 있는 정도의 일이었다.


중국집에 도착한 아버지와 어머니와 큰 아들은, 오랜만에 함께 둘러앉아 탕수육 한 점씩과 소주 한 잔씩을 들이켠다.


"캬 오늘 소주 왜 이리 다노."

"탕수육도 맛있는데요. 여기 제대로다."

"이 집 잘하재? 저번에 엄마랑 왔다가 감탄했다."

"맞다. 이 집 맛있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에 탕수육을 처음 먹어봤을 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십번 들었던 이야기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들어본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에 이어, 아버지가 연애 시절에 맛있는 것은 안먹이고 돼지국밥만 먹이더라는 한탄을 하신다. 수백 번째 들었던 이야기지만, 다시 또 들어본다.


부산의 밤은, 수십 번 수백 번 들었던 이야기처럼 편안하고 아늑하게 졸려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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