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웃음이 익어가는, 어느 가족의 밤
“그래서, D 형은 수술하는 날짜가 언제라고요?”
내가 물어보자, 술을 꺼내느라 바쁜 D 형을 대신해서, Y 형이 대신 내게 대답한다.
”응 D형 수술은 다음 주야. “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렇지 뭐. “
Y형이 D형의 수술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기는 해도, D형에 대한 걱정도 조금 묻어나는 것 같다.
“Y 형이 D형 많이 걱정되시겠다. ”
“걱정은 되는데, 큰 병은 아니니까. 갑상선암은 초기에 예후가 좋대. ”
말은 이렇게 해도 대답하는 Y형의 표정이 묘해 보인다. 그러자 D 형이 술을 꺼내 가지고 오면서 Y형의 이야기에 말을 보탠다.
”그래 걱정 마. 오히려 갑상선 수술하고 나면 더 오래 산다고 하더라. 내가 너희보다 더 오래 살걸? “
그래도 명색이 암이라는데, D형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Y 형은 화제를 돌린다.
“참. 사실 나 지난주에 D형을 우리 가족들한테 인사시켰잖아. ”
“어떻게요? 형네 가족 모임에 D형을 데리고 가신 거예요?”
“아니, 우리 누나 공연이 있어서 내가 D형을 거기에 데리고 갔거든. 사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나랑 함께 사는 D형이라고 소개한 게 다야. ”
D 형도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지 웃으면서 말을 거든다.
”근데, Y 어머니가 공연 내내 나를 너무 유심히 쳐다보시더라. “
“맞아. 눈치챈 거지.”
두 형은 장난스럽게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두 사람의 성격상, 어떻게 Y형의 가족들에게 넌지시 이야기했을지, 또 얼마나 당당하게 시치미를 뗐을지 눈에 보이는 것 같아 나도 웃음이 났다.
”아마 어머니도, 눈치채셨다면 안심하셨을 수 있어요. 내 아들 Y 옆에 이렇게 든든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있구나, 외롭지 않겠다. 하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
D형은 아직도 어머니의 표정이 생각나는지,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랬을까? 근데 정말 빤히 쳐다보셔서 내가 당황했잖아."
“그러고 보니, 두 분 사귀신 지 얼마나 되셨죠?”
“우리 7년.. 아니 8년 되었지.”
8년간 함께 한 두 사람의 보금자리는, 깔끔한 살림의 흔적이 가득하다. D 형이 꺼내 온 와인잔도 얼마나 깨끗한지, 창밖으로 들어오는 서울의 불빛이 영롱하게 비친다. 하나하나의 불빛마다 서로 다른 모습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묻어있는 것 같다. 그 불빛들 속으로 달콤한 와인이 졸졸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