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을 끊었던 친구에게, 반년만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너 잘 사냐?"
이 투박한 인사는, 내가 6개월 만에 연락을 한 절친 D에게 던진 인사다. 절친 D와 나는 10년 지기인데, 지난 6개월간 내가 D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었다. D도 누구에게 먼저 전화를 하는 외향적인 타입은 아니라, 결국 우리는 친한 사이였음에도, 6개월간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그렇게 된 이유는, 내가 D에게 마음이 상했기 때문이다.
6개월쯤 전, D는 친구들과의 만남 약속을 두 번 연달아 깼다. 두 번째에는 아예 잠적한 뒤에 약속시간까지 연락이 없었고,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나는 혹시라도 혼자 살고 있는 D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고 밤새 걱정을 했었다. 다음 날 아침에서야 D와 연락이 닿자, 나는 그렇게 연락도 없이 잠적하면 어쩌냐고 버럭 화를 냈다.
D는 정말 미안하다면서, 쓰러져 잠에 들어 연락을 못했다고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평소 그렇게 약속을 쉽게 깨는 놈이 아니라 의아하기도 했지만, 밤새 D를 걱정했던 일 때문에 마음이 단단히 상하기도 해서, 나는 그때부터 D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연락을 하지 않고 만나지도 않는 6개월 동안, 나도 D의 소식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간혹 다른 친구들을 통해서만 안부를 확인했다. 내가 단단히 삐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러다가 며칠 전, 오래된 사진 파일들을 정리하다가 D와 나의 사진을 보았다. 10년 전쯤이었고, 사진 속에서 우리 둘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는, 내가 우울증에 걸려 D에게 매일같이 전화하기 전이었다. D가 자신의 인생의 결정에 대해 나에게 묻기도 전이었다. 술에 취해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중얼거리며 아침 차를 기다리기도 전이었다.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 깊이 쏟아내기도 전이고, 영원할 것 같았던 우리의 친구 둘을 저 세상으로 보내기도 전이었다. 그 친구가 나은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는 D의 말에 내가 D의 뺨을 때리기도 전이었다. 그래도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나 할 일 없는 주말이면 함께 모여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키득대며 무료한 밤을 보내기도 전이었다.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과거를 기억하다 보니, D가 많이 궁금해졌다.
수화기 너머의 D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했다.
"너 잘 사냐고"
"네 그럼요. 형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나? 나도 똑같이 지겹고 재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인생 뭐 별거 있냐. -이 인생의 재미없음에 대하여 다시 우리 이야기해보자. 그래도 서로가 있어서 버티기 좀 수월하지 않았냐. -나를 걱정시켰던 네가 미워서 연락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멀어지는 건 또 내가 바라는 게 아니겠지.
그런 말들을 삼켜, 무척 투박한 한마디를 꺼낸다.
"주말에 술이나 한 잔 하게 놀러 와. "
"네 형님! 날 잡고 연락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