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사랑을 마친 너는 아마, 혼자 세상에 내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겠다.
'나도 겪어봤다'는 위로는 너무 흔한 이야기라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니가 잠못들고 갑갑한 밤이 있으면,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는 것을 꼭 믿어주기를 바래. 나 말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것 같아 괴로운 생각이 드는 날이 있으면, 나도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는 것도 꼭 믿어주기를 바래. 자존심 때문에 미처 말하지 못하는 어떤 응어리진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다 털어놓고 싶지만, 차마 털어놓지 못해 가슴에 콘크리트를 부은 것 같은 적이 있으면, 나도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 꼭 믿어주기를 바래.
내가 꼭 너처럼 엄청 힘들어 하던 어느 날이 있었는데, 그 때 나는 친구 C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가 물어봤었어. "너는 그 사람의 기억이 잊혀지던?" 하고. 사실, C는 오랫동안 못잊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금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거든. C는 웃으면서 대답하더라.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분명 잊혀지지 않고, 기억이 남아 있노라고. 하지만, 그 감정이 인생의 다른 일들로 하나하나 덮어진다고 하더라. 부모님에 대한 걱정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심지어는 일상의 무료함으로.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그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아. 너의 그 감정이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가 위로한다면, 거짓말이겠지. 사라지지 않을거야. 아마도 우리 마음 속 한 곳에 끌로 새긴 흉터로 남아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게 있어. 그런 흉터가 네 마음에 남더라도, 그걸 품고 있는 네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무척 자라서, 그 작은 흉터는 신경쓰지 않게 될거라는 것이야. 그래서 어느 날은, 그 감정이 있는 것조차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 너 자신이 보여서, 스스로 참 대견한 어떤 날이 올거라는 것은 내가 약속할게.
서둘러 그 감정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지 않아도 돼. 그 감정 때문에 당분간은 네가 아프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야. 그냥 천천히 거기서 걸어 나가도록, 내가 같이 걸어가줄게.
니가 나한테 오래전에 그래주었던 것처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