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안내원과 도시의 별, 그리고 사라진 것들에 관하여.
제 첫 번째 꿈은, 시내버스 안내원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직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80년대의 버스에는 기사님을 대신해 버스 요금을 받아주는 안내원이 있었거든요. 버스 안에는, 그 안내원만이 누를 수 있는 유일한 검정 벨이 있었는데, 그 벨은 기사님에게 하차할 사람이 있다고 알려주는 벨이었어요. 어린 저에게는 안내원이 그 벨을 누르는 게 엄청 멋있어 보였나 봐요. 한 번은, 제가 그 버튼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으니까, 버스 안내원 누나가 저더러 다음 정류장에서 벨을 한 번 눌러보라고 하더라고요. 다섯 살의 저는 다음 정류장에서 그 버튼을 힘차게 눌렀고, 그 소리가 버스에 크게 울리는 것을 듣고 엄청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그때 결심했어요. 나는 버스 안내원이 되겠다고요.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버스 안내원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대신 버스 속 벨들이 여기저기 알록달록 엄청 많아졌어요. 그렇게 저도 제 첫 번째 꿈에서 하차하게 되었어요.
저의 그다음 꿈은, 천문학자였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별 보는 걸 참 좋아했어요. 물론 저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시의 아들이라, 쏟아질듯한 별들을 자주 보지는 못했죠. 하지만, 점점이라도 보이는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놀이터에 누워 있는 것이 그렇게 좋았어요. 좀 더 나이가 들어 글을 배웠고, 그래서 별에 대한 책들도 많이 찾아보고, 별자리를 막 맞춰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이 보이기라도 하던 도시의 별들이 새까맣게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 두 번째 꿈은 별들이 도시에서 사라지면서 또 희미해지더라고요.
아버지의 품에 안겨 만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다섯 살 때의 어느 저녁이 가끔 생각나요. 저는 창밖의 별을 바라보다가, 그 옆에 무언가가 우리를 쫓아오는 걸 보았어요.
"아빠! 달이랑 별이랑 우리 따라온다!"라고 이야기했었지요. 제 목소리가 너무 컸던지, 버스 안에 앉아 있던 주변의 모르는 어른들의 웃음이 터졌고, 버스 안내원 누나도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던 것이 기억나요.
빨간 버튼을 눌러 깨울 때면 그때 환하게 저에게 웃어주던 안내원 누나들은 잘 지내는지 가끔 궁금해요. 어린 시절 도시에서 반짝이던 그 별들도요.
우리가 그 시절에 내려두고 온 다른 것들도 있잖아요? 흑백 티브이라던가, 다이얼을 돌리는 공중전화, 또 합승해서 가던 택시 같은 것들. 버스 안내원 누나들은 아마도 그네들을 친절하게, 도시에서 보이지 않는 별세계로 안전히 내려줬을 것이라고 생각해볼래요.
제 첫 번째와 두 번째 꿈들도 아마 그쯤에서 쉬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