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 있게 글 쓰기
브런치에 올리는 글도 100번째를 앞두고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제가 이렇게까지 많은 글을 썼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끈기 있게 글을 쓰는 비결’에 대해 친구가 물어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끈기가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고, 브런치에 글쓰기를 중단한 적도 있었습니다.
보이는 데 대한 두려움
브런치에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제 글이 모든 사람에게 읽힐 수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컸습니다. 그래서, 나의 글은 정제되어야 했고, 오래 고민되어야 했습니다. 그런 압박을 느끼면 느낄수록 거꾸로 저는 더욱 글쓰기를 싫어하고, 회피하게 되었죠.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한 처음의 몇 달 동안은, 한 달에 겨우 한 번의 글을 쓰기도 참 어려웠고, 이내 글쓰기를 멈추기까지 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제 글이 무슨 수십만 독자가 기다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도 아닌데, 괜한 자의식이 있었나 보다 싶네요. 글쓰기가 외부로 향할 거라는 사소한 점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글쓰기와 친해지기 어려웠던 거죠.
정제되지 않은 글쓰기의 용기
그렇게 브런치에 글쓰기를 한동안 멈췄던 작년 어느 날,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정제되지 않은 글이라도 괜찮으니, 일주일에 꼭 글 하나는 쓰자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더니, 글은 나에게 다른 어떤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쳇바퀴처럼 업무와 집을 오가는 생활에서, 막 써본 글쓰기는, 때로 생생한 일기의 느낌이었고, 어느 때는 정제되지 않은 분노의 표출이었으며, 드물지 않은 많은 경우에는 스스로에 대한 진솔한 위로이기도 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는 멋있는 글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소통하고 싶은 욕망을 솔직하게 충족시키는 글이 쌓여갔습니다.
물론, 여전히 저는 제 글을 읽는 분들을 의식합니다. 하지만, 100여 번의 시도 끝에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제가 비난받을만한 글을 쓰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서, 저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 이상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고, 글을 써도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어요.
100여 번의 글쓰기 끝에 저는 제 ‘경험’과 ‘생각’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 마음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제 존재에까지 닿을 긍정의 밑바탕까지도 되어준 느낌입니다.
끈기의 실체
사실 다른 세상사도 그런 듯합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많은 일을 시도합니다. 그것은 글쓰기일 수도 있고, 외국어일 수도 있으며, 유튜브나 업무회의에서 발표하기, 혹은 여행하기나 낯선 친구와 친해지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수많은 시도를 하다 보면 대체로 내가 하는 일이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혹은, 그 시도가 이상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스스로도 이대로 괜찮다는 점도 느끼게 되는 듯해요.
어쩌면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는 ‘끈기’의 실체는 거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시도는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 볼만하다는 것. 새로운 시도는 늘 낯설기 때문에 처음에는 비난을 받거나 망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겠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는 것. 비난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세상과의 더 풍요로운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
우리가 이런 점들을 깨달을 때, 우리는 그 나른한 깨달음을 ‘끈기’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요?
100여 개의 정제되지 않은 글이지만, 함께 읽어주고 소통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공감해 주신 덕분에, 제가 한층 더 끈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