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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Nov 03. 2022

권태의 모습

사내정치와 뒷담화

"변호사님이나 저나, 사실 그냥 맡은 일만 하면서 회사에 편하게 오래 남아 있는 게 좋잖아요."

"뭐, 그렇죠. 회사에서 편하게 있으면 좋긴 하죠."


사실, 나는 '편하게 있는 게 좋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회사에 오래 남아 있는 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므로, 대충 대답했다. B 씨는 한숨을 푹 쉬며 일갈한다.


"그런데 다들 왜 그렇게 죽을 듯이 투쟁하는 건지"


B 씨는 회사 내의 암투에 대한 이야기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법무팀장이라는 내 직책 때문인지, 소문이 내게까지 들어오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가끔, B 씨와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나는 그제야 회사에서의 권력 암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B 씨는 회사 내 암투에 대해 엄청난 정보들을 나에게 이야기해 줬다. 모씨는 권력 암투에서 승리하여 타이밍이 정말 좋게 승진을 했고, 또 아무개는 회사에서 미움을 받았지만 좋은 포지션으로 이직을 했단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B 씨가 다시 한숨을 쉬며 덧붙인다.


"그런 정치질이 회사에서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음 아마도, 회사에서 자신의 의미를 못 찾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런 사내정치가 아니면 본인이 회사에 무슨 기여를 하는지 스스로 모르는 거죠."

"그 말씀이 맞네요."

"그런 삶은 스스로도 또 얼마나 권태롭겠어요. 자신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권태라니."


점심시간이 다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권태로운 사람들이 어른거리는 회사에 들어가기가 싫은지, 회사 앞 카페에서 계속 커피를 홀짝거린다. 어쩌면, 우리가 이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에 대해 뒷담화를 나누는 것도, 또 다른 권태의 표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권태롭게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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