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나의 이야기는 누구의 귀에도 담기지 않는 듯한 날.
누군가가 바빠서 받아주지 못한 인사 한 마디에도 괜히 서러운 날.
응답 없이 끊은 당신의 전화도 이상한 날.
스팸전화 한 통에도 이상하게 화가 나서 전화기를 던져버리고 싶다.
오냐 내 독하게 모두의 연락을 끊으리라 다짐했는데, 그게 사실은 붙잡아 달라는 칭얼거림임을 알아 서글프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있고, 세상도 나에게 친절하다는 수많은 증거들이 널려 있지만, 그것들은 오늘만은 조명이 없는 깊은 기억 속 한 구석에만 처박혀 있다. 오늘은 환한 조명으로 그곳을 비출 기운도 없다.
힘을 내자는 다짐은 오히려 자책이 되는 밤.
나 혼자 애쓰고 있는 것 같아, 서운함마저 밤을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