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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Nov 10. 2022

착신통화 5시간 24분

서로의 밤에 흘려보낸 숨소리

평소에 칭얼거리지 않던 당신이, 어제는 뭔가 힘이 들었나 봅니다.


밤에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하고 있는 내게 전화가 와서는, 당신은 전화를 켜놓고 잠들 테니 내가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를 계속 듣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 당신의 요청대로 휴대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해놓고 한 5분이 지났으려나요? 휴대폰 스피커에서는 당신이 조용히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키보드 소리를 들으며 누운 당신이 금방 잠에 들어 코를 골기 시작했다고 상상하니,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어요.


컴퓨터를 끄고 나서도 저는, 당신의 숨소리를 가만히 들었습니다. 차분한 리듬처럼 당신의 들숨과 날숨 소리가 휴대폰에서 들려옵니다. 불이 꺼진 방안에 조용히 퍼지는 그 숨소리를 들으면서, 저도 천천히 잠에 들었습니다.


우리는 밤새 각자의 숨소리를 서로의 밤에 흘려보냈습니다. 내 숨소리도, 당신에게는 한낮의 고됨을 씻는 주문이 되어 주었을까요?


그러다 새벽녘이었나 봅니다. 잠에서 깬 당신이 '엇 뭐야' 하면서 휴대폰을 끄는 소리가 나길래, 저도 덩달아 잠에서 살짝 깼어요.


잠결에도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아침에 당신에게 연락을 하면, 당신이 코를 골더라는 이야기를 해줘야지. 당신을 놀려줘야지. 하고 생각하며 다시 이른 새벽의 선잠을 청합니다.


그 짧은 잠 속에서 당신의 꿈을 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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