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좌우하는 것에 대하여
"오늘 변호사님이랑 같이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까 좋네요. 다음에는 술도 한 잔 같이 하시죠."
경력직으로 새로 입사하신 L 본부장은, 나보다 한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를 '변호사님'이라고 깍듯하게 호칭한다. 둘이서 처음으로 한 식사자리였지만, 우리는 여러 번 만났던 사람들처럼 회사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네, 본부장님. 언제든 시간 괜찮으실 때 연락 주십시오. 저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시청역 앞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복귀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L 본부장이 지나가는 낯선 사람을 붙잡더니,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야, 너 오랜만이다."
L본부장에게 붙잡힌 낯선 사람은 L본부장을 보더니 역시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어유, 선배님. 오랜만이십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잘 지내지, 여기 옆에 회사로 옮겼어."
"아 그러시군요. 언제 한 번 같이 식사하시죠."
"그래, 그러자. 나도 업무 관련해서 물어볼 게 좀 있는데, 연락하면 좀 잘 알려줘"
"어유, 여부가 있겠습니까.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둘이 헤어지고, 우리는 다시 회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예전 회사에서 알고 지내던 분이신가 봅니다."
"네, 친하게 지내던 후배예요. 저 친구도 같은 쪽 업무를 하고 있어서, 앞으로 자주 연락하게 되겠네요."
"전 회사도 금융기관이라고 하셨으니, 정말 도움이 크겠네요."
"네, 사실 모든 업무를 다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 수 없잖아요? 그럴 때 모르는 부분을 어떤 사람에게 찾아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아는 것도 능력이 아닐까 해요."
L본부장은 예의 미소가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어 나간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성공에는 운이 70프로이고, 재주가 30프로의 역할을 한다는 말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운이라는 게, 결국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과 자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운을 키우는 일이 아닐까요."
과연 L본부장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회사 내에서 많은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 L본부장의 성공의 비밀을 엿들은 기분이 들었다.
"과연 그런 것 같네요.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L본부장은 조금 쑥스러운 듯한 미소로 화답한다.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는, 점심을 마치고 삼삼오오 복귀하는 회사원들이 저마다의 가을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