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의 다른 빛깔도 사랑하게 되었다.
붉은 달이 뜨던 날의 풍경
붉은 달이 뜨던 날,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낯선 빛깔의 달을 바라보았다. 항상 노랗게만 보여 붉게도 보일 줄 몰랐던 달이지만, 그 밤에 과학자들이 예측해 준 대로, 달은 붉게 물들었다.
붉은 달이 ‘빛의 산란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누구도 붉은 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몇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며, 진귀한 보석을 바라보듯, 붉은 달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붉은 달
하지만, 과거 붉은 달은 역사적으로 항상 터부시되었다. 적월, 혹은 블러드문이라는 별칭에도 옛사람들의 두려움이 묻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붉은 달은, 저주의 상징이어서 사람들은 외출을 삼갔다고 한다. 또 16세기에는 붉은 달이 뜬 며칠 뒤 동로마 제국의 수도가 투르크군에게 함락되기도 한 뒤에는 더욱 이런 믿음이 굳어졌다고 한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우리의 선조들에게, ‘반복되는 일상’은 편안한 안식처였을 테다. 해가 뜨고 달이 뜨든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대로 반복되는 일상만이, 세계에 대한 그들의 공포를 지워 주었을 테다.
그런 그들에게,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달이 갑자기 붉은 색으로 변하는 날이 오면, 그들에게는 일상이 망가지는 것을 의미했을 테고, 또 미지의 세계에 대해 일상에 꼭꼭 숨겨두었던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을 테다.
달은 그저 달일 뿐
그런데, 사람들이 달에 우주선을 보내면서, 우주에서 본 달의 원래 색깔은 원래 사람들이 알던 노란 색이 아니란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노란 빛'도, 사실 빛의 산란에 의한 현상이었던 것이다. 우주에서 촬영한 달은 회색이었고 울퉁불퉁하기만 해서, 그다지 예쁜 빛이 아니다. 달이 노란색이라고 사람들이 굳게 믿고 있었던 명제도, 사실 빛의 산란에 의한 오해이자 편견이었다. 그래서, 붉은 달의 빛을 보며 달이 변했다고 두려워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은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오해하던 노란 빛이 아니라 붉은 색을 띈다고 해도, 달의 존재가 바뀐 것은 아니다. 달은 그저 그 자리에 회색으로 지구를 맴돌고 있을 뿐이다. 달이 붉어진 밤도, 노란 달의 빛이 비추는 그 수많은 평범한 밤들처럼 아무 일이 없었다.
노랗거나 붉거나 그 모든 달의 색이 빛의 오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오히려 사람들은 붉은 달을 보석처럼 진귀하게 바라본다. 편견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달의 다른 빛깔도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하나 더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