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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Sep 23. 2022

봄바람 휘바이든

‘바이든’인지 ‘말리던’인지 여부보다 더 심각한 문제

외교적 수사가 필요한 이유


‘외교적 수사’라는 표현이 있다. 외교에서는 직설적인 표현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악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모호하고 겸손한 표현으로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야 한다. 그런 외교에 특유한 표현을 "외교적 수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실, 외교적 수사는 비단 외교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어떤 사람이나 단체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모호하고 겸손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대통령이라면 그가 상대해야 하는 국회나 사법부, 여러 이익단체들과의 관계에서도 외교적 수사를 능통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외교적 수사를 하지 않고 단순한 발언으로 인기를 끄는 지도자들이 가끔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 11세 정도의 수준에 맞춘 언어를 구사했고, 히틀러는 독일 국민의 울분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연설로써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세계의 존경받는 많은 지도자들은 대부분 국익을 위해 최대한 외교적 수사를 활용한다. 그들이 시원한 발언을 하지 못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국익을 위해 최대한 인내하고 매 발언을 조심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감정을 줄이고 직설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지도자를 가진 국가는, 국익을 위해 운신할 폭이 무척 적어진다. 연일 협박 수준의 발언을 내어놓는 북한의 외교가 참혹한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 9.11 테러 당시를 '신의 응징'이라고 이야기했던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尹의 세계관과 서툰 발언들이
위험한 이유


윤대통령이 뉴욕에서 "국회에서 이 XX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는 기사와 동영상이 오늘 보도되었고, 15시간 후에 김은혜 대변인은 이 이 발언이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주장했다. 유머감각이 있는 국민들은 "봄바람 휘바이든" "태극기 휘바이든"과 같은 유행어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내게도 윤대통령의 발언은 분명, "날리면"이 아니라 "바이든"이라고 들린다. 설사 그의 "새끼" 발언이 한국의 국회를 의미했다는 김 대변인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는 첨예한 이해들이 충돌하는 국내 정치에서조차 외교적 수사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대통령이 이렇게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을 쏟아내는 데에는 피의자들을 주로 상대하는 검사 출신인 점도 큰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피의자들을 대할 때, 검사는 많은 이해관계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의사표시를 통해 진실을 탐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식의 단순한 세계관으로는 국가운영이나 외교는 결코 잘 해낼 수 없다. 만약 대통령이 그런 단순한 세계관과 자세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 편협한 대리인의 정제되지 발언은,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운신의 폭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상대가 우방 대통령이었어도 아찔한 순간인데, 혹시라도 원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국가의 정상을 상대로 이런 솔직함을 넘어 무모한 발언을 함부로 한다면, 국가 전체가 위험에 빠질지 모를 일이다.


대통령의 인식 전환과, 외교 초보를 제대로 보좌할 참모진의 교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윤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서 미적대기에는, 그동안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국익의 피해가 크게 우려된다.


김은혜 대변인에게 묻는다


오늘 김은혜 대변인은 윤대통령의 발언이 "날리면"이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입니까?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 국익을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누구보다 국민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 이야기는 참 이중적으로 들린다. 내게는, 김 대변인의 저 이야기가 '대통령의 실수는 나도 알지만, 우리가 국익을 위해서 덮어야 하지 않겠냐. 국민들도 덮어주기 바란다.'로 들린다. 마지막에 무척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발표를 마치는 대변인의 모습을 봐도 그런 확신이 든다. 그나마, 김은혜 대변인은 외교적 수사를 활용할 줄은 아나 보다. 그 상대가 무려 전 국민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 큰 잘못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저 말을 김은혜 대변인에게 돌려주고 싶다. "당신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윤대통령의 지금의 실수를 면피시키기 위해서, 장래의 국익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그 위험을 누구보다 당신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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