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달콤한 오해에 관해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 (1)

by 잭변 LHS

사랑에 대한 질문은, 어스름한 밤 클럽하우스를 떠도는 망령과도 같다.


편안한 집에서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를 준비하는 즈음의 클럽하우스는, 우리 모두가 이루지 못한 어떤 사랑을 추억하게 만들기도 하고, 내 옆의 감사한 사람에 대한 고민을 끌어내기도 한다. 때로 한밤의 클럽하우스는, 내가 새로이 시작하고 싶은 사랑에 대한 고민들이 공유되기도 하는, 흡사 작은 모닥불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듣고 있는 즈음에, 갑자기 질문을 받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한참을 생각해보게 만든 질문에 감사하면서, 이리저리 정리해보던 나는, "사랑은 달콤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조심스레 대답했다.


우리가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를 돌이켜보면, 사실 상대방은 나와는 서로 수십 년을 모르고 지내던 남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십 년간 전혀 잘 알지 못하던 누군가를, 몇 개의 증거로 판단하고, 나의 그 판단을 믿고서 사랑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몇십 년간 모르던 상대방에 대해,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이상화된 모습을 덧칠해서야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결코 나의 이상형과 완전히 동일한 사람일 수가 없다. 분명 그 달콤한 순간에도, 내가 상대방을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들은 차고 넘치지만, 사랑을 시작할 때면 그런 차이는 간과되거나, 혹은 차근히 고쳐질 간단한 문제로 여겨진다. 결국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그런 달콤한 오해로부터,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야 우리는 그 달콤한 오해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더욱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내가 꿈꾸던 사람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연인들은 '왜 당신은 변했어?'는 질문으로 서로를 할퀴며 싸워간다.


하지만, 원래부터도 그 사람은, 내가 몇 가지 단서로 추측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다. 몇십 년을 따로 떨어져 살다가 겨우 시작한 사랑의 시간이 어느 정도 쌓이면서야, 우리는 그 사실을 깨달아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사랑에 빠질 때 내 눈에 보였던 그 사람의 모습이 나의 오해였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 달콤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그제서야 우리는 이해가 더 넓어져 가는 새로운 차원의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그때, 성장한다.


물론, '내가 알던 사람'과 '내가 알아버린 사람'의 간극이 너무 크다면, 너무도 낯설기만 한 사람을 힘들게 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내가 오해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하고 그 사랑을 떠날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사랑도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답하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남자가 이야기를 꺼냈다. 사랑이 오해라는 말에 공감한다고. 자신이 짝사랑하던 직장동료가 있었고, 그 사람도 자신을 좋아하는지 알고 즐겁게 회사생활을 햇었다고. 그런데, 알고 보았더니 그녀에게는 연인이 있었고, 자신에 대한 친절은 직장동료로서의 호의였을 뿐인데 자신이 바보같이 사랑에 빠져 있었노라고. 그 사람 때문에 지금 힘들다고.


나는, 그를 위로했지만, 이 달콤한 오해를 혼자 지속시키고 관철시킬 방법, 그러니까 짝사랑을 혼자 계속하거나 억지로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솔직히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굳이 '사랑'이라는 '오해'의 이름이 아니더라도, 상대방과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이해'는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노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인간적인 이해를 계속하다 보면, 내가 가진 혼자만의 달콤한 오해가 걷어져, 사랑의 이름이 아닌 친구의 이름으로도 좋은 인연이 될 수 있겠다. 혹은, 그 사이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어떤 계기가 있어, 그 사람과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애라는 형태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를 인간으로서 이해해 보고, 또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꿈을 가진 사람인지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언제든 사람 대 사람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일이라고 믿는다. 또 그것이, 오히려 사람 사이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경지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랑이라는 '오해'의 이름으로 시작한 관계가 마지막에 다다르는 종착지도, 그런 '이해'의 관계일 것이니 말이다.


물론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추임새도 도란도란 여기저기에서 빠지지 않는 밤.


클럽하우스의 밤은 그렇게 서로의 오랜 추억과 사랑을 씹어가며 익어갔다. 그것은 어느 봄날 밤바다의 모닥불처럼 무척 따스하고 졸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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