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 포식자와 새벽에 타협하는 방법, 그리고 반전
억울해서 더 잠이 들기가 어렵다.
한참 잠이 달콤한 새벽 두 시를 기다려서야 내 귀 주위를 희롱하며 날아다니는, 이 존재를 끝내 나는, 지져 죽이고야 말겠다는 다짐으로 잠을 깬 지 두 시간. 새벽 네시까지 세 마리의 모기를 처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남은 두어 마리의 날개소리는 침대 옆 1미터 어디메에 맴돈다.
모기향이라는 아주 좋은 생화학 무기가 있지만, 왠지 나의 몸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화학약품을 사용하기는 싫기도 했고, 기필코 내 손으로 처단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도 충만하여, 여하튼 이 작은 생명체에 물리적인(혹은 벼락과 같은 전기적인) 응징을 가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 약은 놈들은, 내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다리고 있을 때에는 근처에 오지 않다가, 마치 내가 잠들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있다는 듯이 기다렸다가 또다시 나를 향해 덤빈다. 먹잇감이 된 것 같은 미칠 것 같은 긴장 속에 잠은 더 오지도 않고, 그런 밤은 짜증으로만 가득하다.
남은 녀석들의 소리를 쫓아 헤매던 나는, 나는 그냥 응징을 포기하고 숨기로 결정한다. 제발 이 작은 사냥꾼에게서 숨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귀마개로 귀를 막아버리고, 이불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덮어버린다. 땀이 조금 나는 것 같지만 잠들 수만 있다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잠들려는 찰나, 또 어떻게 알고 귓가에 정확하게 덤비는 모기 한 마리의 소리가 이불과 귀마개를 뚫고 내 뇌리에 박혀서, 나는 다시 짜증을 내며 잠에서 깬다.
'하.. 오늘은 자기 글렀구나.'
나는 이불을 덮고 다시 누웠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귀마개를 하고, 이불을 덮어쓰는 것까지는 똑같지만, 이제는 그냥 이 작은 포식자들에게 나의 "발"을 먹잇감으로 내어 주기로 했다. 흡사 그 모습은 귀마개를 끼운 뒤 이불을 뒤집어쓰고, 발만 빼꼼히 이불 밖으로 낸 것과 같은 흉한 모습이겠다. '귀에만 오지 마라. 나의 피를 빠는 것이야 너의 타고난 운명이니 어찌하겠냐만, 나의 잠을 방해하지는 말아다오. 나는 발을 내줄 테니, 나에게는 잠을 내어다오.'라고 통 큰 휴전을 제안한 밤, 모기들은 배신감에 맥이 빠진 내 다리를 아마도 배 터지게 열심히 잘 빨았을 테고, 나는 대신 그 작은 독재자들에게서 단잠을 허여 받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평소 그들이 다리를 문 자국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그들도 내 얼굴 부위를 특별히 맛있어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평생 끝나지 않을 그들과의 전쟁 중에, 발을 내어주는 이 작은 타협으로 얻은 휴전도 가끔이라면 안될 것이 없겠다 싶은 휴전의 밤이었다.
p.s>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은, 이 작은 포식자가 사실, 인간을 죽이는 동물 1위라고 한다. 따라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나의 이런 무모한 휴전을 따라 하지 마시길 바란다. 나는 결국 오늘 모기장을 주문했고, 그 마법과도 같은 결계가 얼른 배송되어,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