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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Dec 08. 2020

오버워치 계정을 탈퇴했다.

나는 가끔 게임에 푹 빠질 때가 있다.


사시공부를 하던 중에도 스타크래프트와 카트라이더에 빠져 살았던 기간이 있었고,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하스스톤이나 라이즈 오브 킹덤, 오버워치 같은 게임에 한참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내 손맛에 따라 상대의 본진을 박살 내거나, 화물을 옮겨내거나, 레이스에서 1등을 차지하는 그 짜릿한 기분은 워낙 중독성이 있어서, "한 판만 더"라는 도파민의 부름은 다시금 Play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습관적인 손놀림, 킬로그가 뜰 때의 짜릿함, 역전의 즐거움, 경쾌한 효과음. 그 즐거움은 정말 입에서 달달함이 감돌 정도로 참 맛있다.




어제도 밤 열 시쯤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고 시작한 오버워치 한 판은 열두 시, 두시가 넘도록 계속되고, 결국 '한판만 더'라면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던 내 머릿속의 부름은 새벽 네시가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새벽 네시를 넘어 들어간 방에서 거점을 공략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키보드를 눌러대다, 나는 예전 다른 게임들에 한참 빠졌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제 이 게임의 계정을 지울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1:1로 무승부인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를 대기하던 나는 대기실의 이름 모를, 몇 살일지도 모르는 , 오늘 처음 게임에서 만난 팀원들에게 팀챗으로 말을 걸었다.


"다들 잘 지내~ 나 이번 판이 내 마지막 오버워치일 것 같아. 오버워치야 3년 동안 나를 즐겁게 해 줘서 고마워."

"안돼~ 어디 가는데? 군대 가니?"


팀원들 중 하나가 걱정된다는 투로 대답했다. 아. 당신들은 군대를 걱정하는 나이일 수도 있겠구나.


"아니. 이렇게 새벽에 혼자 게임하는 게 엄청 즐겁긴 한데, 이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슨 말이야~ 가지 마~"


뭔가 모르게 이름 모를 이 팀원의 걱정이 꽤 귀엽게 느껴져서 짠하다.


"아니야 ㅋㅋㅋ 진짜 즐거운 시간들이었으니까 오버워치한테도 많이 고맙고, 내 마지막 팀원들도 같이 재미있게 플레이해줘서 고맙다."


그냥 입대를 앞둔 어느 플레이어의 술주정쯤으로 생각했는지 팀원들은 그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 판은 내 마지막 판이니까 다들 이겨주라."


그렇게 내 마지막 오버워치 게임인 리장타워 맵에서, 진짜 나를 위해 팀원들이 다들 힘을 낸 것인지, 아니면 나의 빡겜 덕분인지, 우리 팀은 상대팀을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하고 2:1 승리를 거두었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남기고 게임에서 나와, 게임 계정을 탈퇴했다.


비록 매번 10분동안씩이었지만, 내가 잘 플레이했을 때의 찬사를 듣는 즐거움, 다른 플레이어를 잘 케어해 주었을 때의 뿌듯함, 서로를 위해 달려오던 이름모를 고마운 팀원들의 끈끈한 우정의 기억을 어찌 잊을까?

 

다만, 이 넓고 넓은 현실 세계에서야말로 오랫동안 지속되는 그런 것들이 분명 많이 있을테니, 이제는 그걸 좇으러 가겠다고 생각하며 새벽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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