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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Jan 03. 2022

기억의 의미

휴대폰을 바꾸고 궁금해졌다.

새 휴대폰을 샀다.


요즘에는 새 휴대폰으로 바꾸어도, 예전 휴대폰에 있던 데이터가 그대로 똑같이 옮겨진다. 그래서, 새 휴대폰을 열어보아도 여태 찍었던 사진들, 또 홈화면의 구성, 심지어 은행 어플의 로그인까지 낡은 휴대폰과 똑같다. 사람으로 따지면 뇌를 그대로 옮겨내는 것과 같겠다.


새로운 휴대폰에 자신의 기억을 모두 옮겨낸 낡은 휴대폰은, 별다른 아쉬움 없이 수리센터에 쉽게 버려졌다. 낡은 휴대폰과 똑같은 기억을 가진  휴대폰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갑자기 버려진 낡은 휴대폰의 입장이 궁금해졌다.



수리센터에 버려진 낡은 휴대폰은 나를 원망할까? 혹은 낡은 휴대폰은 이미 새로운 휴대폰으로 그 기억을 옮겼기 때문에, 내가 다시 정을 붙이는 이 새로운 휴대폰이 낡은 휴대폰과 같은 휴대폰일 수 있을까? 나는 이 새로운 휴대폰의 기억도 다시 새로운 휴대폰으로 옮기게 되면, 이 기계를 버릴 때에도 지금처럼 슬프지 않을까?


두 휴대폰의 정체성은 그 기계에 있나, 아니면 내가 사용한 흔적들에 있나?


답 없이 부질없는 생각이 어지러이 이어지다가, 문득 내 인생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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