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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Jul 06. 2021

무지갯빛으로 눈부신 픽사의 동화  <루카>

<루카>, 퀴어문화축제에 부쳐

*주의 : 본 리뷰는 <루카>에 대한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픽사의 이야기는 언제나 환상적입니다. 어느 한 편도 가슴을 적시지 않았던 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요.

 

2020년 코로나로 힘든 사람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안아준 '쏘울'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픽사는 새롭게 "루카"라는 아름다운 동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루카'는 예상치도 못한 방법으로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따뜻한 픽사가 언젠가는 다룰 것이라고 생각한 그런 주제의 이야기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몰랐거든요.


네. 루카는 ‘소수자들 대한 아주 선명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우선 제 눈을 가장 끌었던 것은, 이탈리아 어촌 마을의 이국적인 오색찬란함이었습니다. 루카가 뭍에 나와서 햇살을 느끼는 장면의 알록달록한 색조들은, 오랫동안 우리가 느끼지 못한 이국의 태양과 바닷바람을 기억나게 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부는, 우리가 잃어버린 그리운 어느 낯선 나라들의 햇살을 생각하게 하더라고요. 저에게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너무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무 걱정 없이 푸르른 색조를 영화관에서 본 게 진짜 얼마만이었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아무런 큰 갈등 없이 유쾌하기만 하던 이 영화는, 갑자기 중반 이후 명백히 소수자들에 대한 (특히 숨어있는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커밍아웃합니다. 알베르토가 자신의 정체를 줄리아에게 드러내는 순간, 루카는 거꾸로 자신은 그 소수자가 아닌 척해버립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의 혐오를 흉내 내면서까지, 루카는 알베르토에게 손가락질하기로 결심하죠. 자신이 살기 위해 친구를 손가락질해야 하는 루카의 가슴이 얼마나 또 아플까요. 그리고, 친구를 잃은 그 순간에도, 레이스에서 우승하려는 루카의 모습은 또 얼마나 낯설면서도 우리의 약한 모습과 닮아 있었던가요.

하지만, 알베르토의 상처가 무엇인지 대면한 루카는 다시 자신을 찾습니다. 그리고, 진짜 위기에 처한 알베르토를 구하기 위해, 루카는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면서까지 자전거를 달려갑니다. 그 순간, 관객이 가졌던 "행여 루카마저 들킬까 봐 두려웠던" 마음은,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낸 소수자들에 대한 응원"으로 바뀝니다. 소수자들이 모여 결성한 아웃사이더 , "언더독" 결국 용기있게 스스로를 드러내며, 결국  레이스에서 우승합니다.


그리고, 루카의 용기만큼 빛을 발하는 것은, 그 둘을 "바다 괴물"이 아닌, "루카"와 "알베르토"로 보기로 결심한, 한쪽 팔이 없는 쥴리아 아버지의 용기이기도 하고, 바다괴물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함께 모여 우승을 축하해주는 마을 사람들의 용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현자인 루카의 할머니는 영화의 핵심이 될 이야기를 한마디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 애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저 아이는 좋은 사람들을 찾는 법을 아는 것 같구나.
Some people, they'll never accept him. But some will. And he seems to know how to find the good ones"


국적, 인종, 외모, 성적 지향성, 나이 혹은 장애인.. 우리 모두는 어떤 부분에서는 반드시 소수자입니다. '소수자인 우리는 모두, 우리로서 용기 있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 '무지에서 나온 혐오가, 우리의 행복하게 살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루카>는 이탈리아의 따스한 햇살에 듬뿍 실어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모습인 작은 바다괴물 루카는, 영화의 마지막에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한걸음 크게 내딛습니다.

이탈리아의 따스한 햇살에 비친 포르토 로쏘의 모습만큼이나 알록달록한 행사가,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지금 온라인으로,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영화 <루카>만큼 따뜻하게, 소수자들을 응원하는 축제. <서울 퀴어문화축제>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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