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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Aug 31. 2021

2021년 여름의 모습

우리로 하여금 2021년 여름을 기억하게 할 사건들

이 여름이 시작될 때, 사실 우리는 기대했었다.


봄의 향내를 맡기도 힘들게 만들었던  갑갑한 마스크를 여름에는 벗어던질  있을 것이라고. 우리에게는 현명한 지혜들로 만든 새로운 무기도 있고,  무기를 차근히 접종해가고 있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SF영화에서 들어본  같은 '델타'라는 이름의 유행이 갑자기 시작되었고, 우리는 다시 길고  인내로 여름을 맞이할  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계가 숨죽이고 있는 와중에, 지구의 한쪽에서 한편의 다소 위험한 축제 준비되고 있었다. 축제의 장소인 도쿄의 시민들은,  위험한 축제를 막아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우리가 쉬이   없는 높다란 이유 때문에 축제는 억지로라도 진행되었다.


그리고, 기왕에 열린  축제의 무대에 오른 선수들의 이야기는, 그래도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금메달이 아니어서 미안한 조국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5년을 기다린 선수들의 승리의 기쁨  아니라 아쉬움의 눈물과  겸양의 미소를 함께   있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에겐 오랜만의 ‘여름이었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그곳에 남은 시민들에게는, 매일 확진자 수만 명이라는 위험한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축제의 와중에, 멀리 떨어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권력자가 국민들을 버렸다. 권력자가 야수들에게 내어준 거리에는, 세상의 부조리가 모두 마녀들의 책임이라는 , 마녀들의 모습을 가르기 위한 검은 옷감과 검은 페인트가 칠해졌다. 버려진 국민들은 총을  야수들을 피해 공항으로 달려갔지만, ‘인간다운 이라는 티켓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죄로 비행기에 매달려서라도 도망가려던 슬픈 이들은, 검은 땅으로 다시 추락해버리기도 했다.


먼 나라의 이야기이니 그들을 못 본 척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은, 기어코 '지금의 사태는 나태한 그들 자신의 책임'이라는 변명을 찾아내었다. 그래도, 우리의 따뜻한 나라는, 대한민국의 친구들과 선택권조차 없었던 그들의 어린 가족을 버리지 않았다. 겨우 한국에 입국한 그들에게, 그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내주자는 잔인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착한 읍내 한 곳은 그들에게 따뜻한 켠을 내어주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 진천에서, 그들 뿐 아니라 우리도 잃어버렸을지 모를 고향을 알아보았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서울살이는 계속 가격이 비싸지고 있었다. 국밥가게의 가격표에는 우리가 모르던 사이에, 앞자리를 하나 올려 덮은 쪽지가 붙어 있다. 서울의 높다란 아파트는 원래부터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이젠 그것은 눈에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다시 우연히 눈에 담을  있는 기회라도 있을까 싶어,  많은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싣고서 여기저기 더운 여름길을 오토바이로 다녀 보지만, 늘어난  가게들만 스쳐 지나가게 된다.


배달음식을 주문해서 시간을 사 간 사람들 중에는, 외국을 통째로 뒤덮었다는 산불만큼이나 매서운 이야기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휴대폰으로 연신 울려대는 어떤 큰 플랫폼 회사들의 채찍질이다. 올해 또 엄청나게 성장했다더니, 그들의 채찍도 함께 성장했을 테다. 올여름 새로 출시되었다는, 반으로 접히는 작고 예쁜 휴대폰이라면, 그 매서운 채찍질도 딱 절반으로 접어 넣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예쁜 휴대폰의 광고에 등장하는 보이그룹이,   여름에 발표한 <Butter>라는 노래는, 전세계가 가장 사랑하는 2021 여름의 노래가 되었다. 무려 10주간의 빌보드 1 소식은 기쁘면서도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나중에는 뉴스조차 되지 않았다.


 노래가 빌보드 1 기록을 시작하던  즈음,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선진국 정상으로서 회담에 초대받았다. 그런 ‘선진국 다음 대통령이 되기 위한 경쟁은, 2021 일찍 찾아온 뙤약볕처럼 조금 이르다 싶을 정도로 뜨거워졌다. 아름답게 치장하고 싶은 후보들의 경쟁은 이리저리 어지럽게 펼쳐지고 있다. 젊은 당수를  야당이나,  젊은 목소리를 새로이 내려는 여당이나, 재난지원금부터 언론 중재법 문제까지, 당내에서부터도 여러 가지 의견이 어지러이 펼쳐져서 시끄럽다.


오히려 그렇게 시끄럽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하다. ‘정부의 눈밖에 나서 누가 재계에서 퇴출되고 누가 연예생활을 접었고, 어느 신문사는 폐간되었다’는 뉴스가 여름에도 계속 흘러나오는 어느 나라보다, 우리는 훨씬 건강할테다. 제대로 된 백신을 맞으면, 며칠 앓았다는 것이 오히려 무척 건강하다는 말인 것처럼.



조금 불편한 것을 인내하면, 9시를 넘겨서까지도 3명의 친구들이나 5명의 가족들과도 함께, 사람 수를 세어가거나 시계를 힐끗거리지 않고도 행복하게 만날  있는 날이  것이라는 믿음은, 미련일까 혹은 희망일까.


아직은 누구도   없겠지만, 2021년의 여름이 실려 날아가는 바람은 그래도  서늘하니, ‘희망으로 점찍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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