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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Sep 03. 2021

광고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

마치, 불행이 당연한 세상의 배경색인 듯이 펼쳐지는 세상이다. 사람의 욕망은 결코 저 높은 하늘에  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모두를 압도하는 세상. 과연 이 불행은 우리의 탓인지,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두들 질문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재미있는 연구결과 한 편이 내 관심을 끌었다.


Warwick 대학의 Andrew Oswald 교수팀이 약 30년간, 27개국의 90만 명의 국민들을 조사한 결과, 한 국가의 한 해 광고 비용이 클수록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기반으로 이런 결론은 내린다.


“광고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를 둘러싼 이 광고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무의식에 어떤 메시지를 주입한다.


“누군가는 이 제품이 있어서 행복하지만, 당신은 이 제품이 없어서 불행하다.”라는 메시지를.


광고는, 마치 사람들이 어떤 보험을 가입하면 누군가가 나를 정말 따뜻하게 케어해줄 것 같은 상황들을 계속 보여준다. 또는 광고는 가족들이 냉장고 하나로 화목해지고, 친구들이 음료수 하나로 즐거워지는 모습들을 계속 보여준다.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렇나.


현실 세계에서, 내가 가입한 보험은 내가 겪은 불행에 나의 귀책사유는 얼마나 있는지를 따져 물을 테다. 현실의 가족과 친구들은 지독하게 복합적인 감정선에서 굳은살처럼 서로를 받아들이는 관계이지, 광고에서터럼, 제품 하나로 행복해지는 사이가 아니다.


광고의 모습처럼, 매일 냉장고 앞에서 웃기만 하는 사람들을 본다면, 나는 분명 조증을 의심할 것 같다. 사실 그런 인생인데도, 제품과 함께하는 완벽한 순간들만 보여줘야 하는 짧은 광고는, 그 행복한 모습만을 우리가 외워버릴 정도로 반복해준다.


어디 광고뿐일까. 소셜미디어 피드를 온통 뒤덮고 있는 행복한 순간들의 포스팅들은, ‘누가누가 더 행복한 찰나를 잘 포착했는지’의 경쟁을 벌인다. 그래서 소셜미디어들이 광고 플랫폼으로 슬그머니 전환하는 것은 태생적으로 예견된 상황이다.


뉴스는 또 어떤가. 누구는 무엇으로 수십억을 벌었고, 그렇지 않은 누구는 비참한 현실에 내몰렸다는 자극적인 뉴스들만 넘쳐난다. 사실 1년간 국민들의 평균 자산의 증가율은 겨우 5%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별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기사인지 광고인지 모르는 뉴스들도 ‘합리적인 가격’의 신상품들을 보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메시지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진정 남과 비교하지 않고 행복해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우리를 과대평가하지 말자. 우리는 원래, 남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면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상황을 비관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존재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고, 또 소비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생물학적인 귀결일 수 있다. 수십 년간, 우리의 선조들 중에서는, 질투를 많이 느꼈던 편집증적인 쪽이 더 많은 기회를 갈구하였을 테고, 그래서 더 많은 자손을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그 편집증적인 선조들의 자손인 우리가 무의식적으로라도 광고와 소셜미디어에 휘둘리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우리에게 ‘이성’이 있어서 그런 감정을 제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성’은 사실 생물학적인 감정과 완전히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이성만으로 감정들이 제어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미 수많은 뇌과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전 세계 광고시장과 소셜미디어가 너무도 장사를 잘해가고 있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이렇게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제어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는 있겠다. 더 적은 광고를 보고, 더 적은 피드를 보며, 더 많은 시간을 우리의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는 선택을 말이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최소한 불행의 감정이 어디에서 증폭되는지를 안다면, 그런 미디어를 선택하지 않을 의지 정도는 있을 테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눌러보게 되는 정보의 홍수에 몸을 내맡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불행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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