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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Oct 30. 2021

일상 전야

위드 코로나의 시작을 기다리면서

어느 밤늦은 시간, 견딜 수 없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유일까 생각해 봐도 무슨 특별한 이유가 생각나지는 않았다. 연애는 안정적이고, 주말에 만날 친구들도 있으며, 가족들과도 통화를 잘 마친 밤이었으니.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이유를 깨달았다. 재택근무 중이라, 나는 그날 하루 종일 누구도 실제로 만나지 않았던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자, 우리 회사는 바로 격일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우선 회사가 직원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이 무척 고마웠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편한 점도 많았다. 아침이면 신경 써서 옷을 고르지 않아도 되었고, 어떤 날은 씻는 것도 거르는 날까지 있었다. (그게 게으른 내 특성이라기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샴푸와 린스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뉴스까지 보도된 것을 보니,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가 보다.) 또, 업무 스케줄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눈이 감기는 시간에는 20분 정도 낮잠을 자고는 개운하게 다시 일을 시작할 수도 있었다. (우리 회사에는 비밀로 해주시기 바란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분명 업무상으로 불편한 점도 있었다. 우선, 팀워크가 필요한 업무들은 수행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 여러 부서가 대면해서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여러 명의 재택근무자와 확인을 해야 했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긴급하게 회사 컴퓨터에서 자료를 찾아야 할 때나, 대면보고가 필요한 경우들 역시, 재택근무가 불편한 순간이었다.


나 자신의 심리상태에 대해서도, 나는 재택근무를 통해 알게 된 것이 많았다. 재택근무라는 특수한 상황이, 이제껏 몰랐던 나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선, 나는 생각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사는 남자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는 집 밖을 나가지도 않고,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밤에 잠에 들기도 어려웠고, 괜히 일에 대한 짜증이 늘 때도 있었다.


나는 20년간 혼자 살았기 때문에, 내가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나는 대학 때부터 최근까지 거의 매일 누군가와 생활을 함께 계속해 오고 있었다. 학교 친구, 스터디원, 또는 회사 동료처럼, 주중에는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이 내 생활의 반려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재택근무는 달랐다. 하루 종일 집에서 나오지 않는 날이 늘었고, 귀찮아서 집에서 식사도 해결하는 횟수가 늘었다. 그렇게 혼자서 하루 종일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 날이 되면, 이상하게 자유로운 해방감보다는, 혼자서 지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습해 오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노모께서는 ‘이제야 결혼할 때가 되었다’ 고 말씀하셨지만, 그 정도의 심오한 깨달음은 아니었다.)


이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는 분명 사람들에게 분명 상흔을 남겼다. 그래서, 혹자는 이 사태가 사람들 간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거꾸로 사람들이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시간이 중요하다.'라는 큰 교훈을 말이다.


정부는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제껏 4인까지 심지어 2인까지 또는 저녁 10시까지라는 제한에 막혀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이제는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가을 공기에 묻어난다. 한편으로는,  갑자기 오름세를 타는 확진자 수는 묘한 긴장감을 불어오기는 한다.


위드 코로나의 시행과 함께, 우리 회사도 재택근무를 종료하기로 했다. 내가 미처 중요하다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직장 동료들, 친구들 그리고 식당 아주머니와의 짧은 대화와 마주침마저도, 이제는 조금 다른 결로 다가오겠다는 기대가 맴도는 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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