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잘 들어갔냐

주말단상

by 잭변 LHS

할 일 없는 주말 저녁에는, 10년 지기 너를 느지막이 불러낸다.


지난번과 같은 술집에서, 눅눅해진 치킨마냥 바삭하지 않은 이야기들만 우리 사이를 떠돈다. 너의 상사는 여전히 그 지경이고, 나의 투자는 2주 전과 똑같아서인가, 우리의 외로움은 여전히 제자리다.


무엇 하나 달라진 것 없는 이야기에 같은 내용이라, 굳이 또 너를 만나서 이야기할 것이 있나 싶은데도, 너와 나는 끝내 지난번처럼 또 삶의 의미까지도 곱씹어 가며 술에 익는다.


결국 만사 다 아무 의미 없다는 희한한 결론을 내고 헤어져 다시 터벅터벅 걸어가는 늦은 귀갓길. 그래도, 집에 잘 들어갔냐는 너의 무던한 노란 메시지 하나가 흐리멍덩하게 뜬 반달만큼 빛나서, 흔들리는 이 길이 살짝 웃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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