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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Sep 26. 2022

넷플릭스 시리즈 - 원 헌드레드

그 남자의 영화 이야기


넷플릭스의 SF 시리즈 '원 헌드레드(The 100)'를 드디어 다 뗐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TV 드라마로 방송되었던 시리즈물로 시즌 7까지 꼭 100편으로 만들어진 장대한 분량인데.. 이걸 다 보는데 거의 한달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소설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나는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편이다.

단순히 장면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단편보다는 굴곡진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깐 시간이 날 때는 단편을 보지만 한번 작정을 하면 길고 긴 장편을 골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덕분에 요즘 밤잠을 많이 설쳤다.

드라마가 다 그렇듯 항상 아슬아슬한 순간에 끝나는 바람에 후속 편을 보기 위해 밤늦도록 TV 화면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핵폭발로 지구가 멸망하고 100년이 흐른 후.. 우주정거장으로 대피했던 무리(스카이족)와 산속 지하벙커로 대피했던 무리(마운틴족) 그리고 숲 속에서 생존한 무리(트리족)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하여 서로 죽고 죽이는 치열한 전쟁을 치른다.


부족 간 전쟁이 어느 정도 정리될 무렵 이번에는 AI 기술을 사용한 '빛의 도시'라는 이상향을 두고 이를 믿는 자와 안 믿는 자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

그리고 결국 세계 각 지역에 남아있는 핵발전소의 연쇄 폭발로 지구는 또다시 멸망하고 만다.


지하벙커로 대피했다가 6년 후 총 800여 명으로 숫자가 줄어든 원크루(모든 부족이 하나로 뭉침)는 우주에서 돌아온 자원 탐사선 탑승자들과..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핵폭발이 비껴간 계곡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게 되고 결국 그 계곡마저도 파괴하게 된다.


가까스로 자원 탐사선으로 대피한 인류는 몇백 명에 불과하고.. 지구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으로 황폐화되어 버리고.. 사람들은 지구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며 깊은 잠으로 빠져든다.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심으로 지구를 멸망시킨 인류는 우여곡절 끝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미 거기에는 오래전에 도착한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고.. 결국 서로 어우러져 또다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게 된다.


인류가 새로운 차원으로 초월하는 계기가 되는 '최후의 전쟁'을 준비해온 예지자와 그 열쇠를 둘러싼 주인공 일행과의 계속되는 싸움.. 과연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은 살고자 함인가? 죽고자 함인가?


웜홀을 통하여 6개의 행성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막판 스토리 전개는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마지막은 오히려 너무 허탈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드라마 전반을 통하여 계속해서 던지는 메시지...

나, 내 가족, 내 친구, 내 부족을 살리기 위해서 싸우면 싸울수록..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공존 공생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마지막 전투' 아니 '마지막 시험'에서 실패한 인류.. 인류는 이기심에 사로잡혀 끝없이 서로 간에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므로 존재할 가치가 없다. 'GAME OVER!'.

과연 인류는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가...





등장인물 소개...


주인공 클라크는 항상 내 동료, 내 친구를 위해 힘든 결정을 내리지만 그 결과 늘 누군가는 죽고.. 비난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리더는 갈림길에서 또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고 동료들을 이끌어야 한다.


아픈 손가락인 여동생 옥타비아를 끝까지 챙겨야 하는 나쁜 녀석 벨라미는 알고 보니 멋진 사나이였고.. 순수한 사랑을 꿈꾸던 옥타비아는 검의 힘을 믿는 암흑 속의 여전사로 거듭난다.


천재 엔지니어 레이븐은 사실상 모든 어려움을 풀어내는 해결사이고.. 냉혹한 암살자 에코는 사랑을 할 줄 아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여자였다.

이기주의자의 극치를 달리는 비겁한 녀석 머피는 사실은 착한 녀석이었다.


이 드라마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 가정으로 입양된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라킨이 '몬티'라는 이름의 프로그래머로 등장하는데.. 몬티는 모두가 잠든 자원 탐사선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다른 행성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아 나도 어쩔 수 없는 나 중심의 사고자인가 보다.

단지 한국계라는 이유로 몬티에 끌리는 것을 보면...





요즘 세계정세를 보면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전쟁, 기아, 착취, 훼손...


다 '나' '내편' '내 나라'라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싸움이다. 물론 이것은 오늘날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먼 인류 문명의 탄생부터 이어져 오는 역사이다.

지구에서 공생하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종이 바로 인간이다.

존재만으로 대재앙인 셈이다.


'공생' '공존' '보존'을 외치는 소수의 목소리는 늘 강자들의 힘에 의해 묻히고.. 지금 지구는 조금씩 조금씩 의 길로 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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