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넘

Driver(2회)

by 이은호



"여보쇼! 여보쇼!!"


그는 그 넘을 마구 흔들어 깨웠지만, 그 넘은 마치 제 집 안방이라도 되는 양 코까지 드르렁드르렁 골며 늘어져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뒷좌석에 올라탄 그 넘을 태우고 그 넘이 말하는 상곡동으로 왔었다. 상곡동에 도착하자 그 넘은 졸고 있었고, 그가 흔들어 깨우며 집이 어디냐고 묻자, 그 넘은 '저 아래!'라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저 아래까지 가서 여기냐고 묻자, 그 넘은 역시 졸고 있었고, 그가 흔들어 깨워 다 왔다고 하자, 그가 눈을 뜨고 휘휘 둘러보더니 '여기가 아니고 저 위!' 하는 것이었다.


차는 상곡동을 지나 아랫동네인 하곡동을, 다시 차를 돌려 하곡동을 지나 윗동네인 상곡동을 여러 차례 왕복하였다. 이윽고 그 넘은 차 안에서 완전히 뻗어버렸고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다.


'역시 첨 예감이 맞았어! 이런 넘은 애초에 태우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일단은 이 넘을 차에서 치워야 어딜 가든지 말든 할게 아닌가!



그 넘을 깨우다 깨우다 지친 그는 깨우는 걸 포기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 뒷문으로 가 문을 활짝 열고는 그 넘의 두 다리를 잡고 끌어내기 시작하였다. 그 넘을 차에서 치워버리려면 아무래도 힘으로 끌어낼 수밖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넘의 다리가 차 밖으로 절반쯤 나왔을 즈음 잠결에서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그 넘이 양팔을 벌려 한쪽은 앞 좌석을 잡고 한쪽은 뒷좌석을 잡고서는 버티는 것이었다. 술 취해 잠자는 넘이 힘은 또 장사였다. 상체는 차 안에서 버티고 하체는 차 밖 허공에서 허우적대고...


그는 양 옆구리에 그 넘의 다리를 한 짝씩 끼고 힘을 주어 당겼다. 이마에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덴장! 이렇게 힘쓸 일이 생길 줄 알았더라면 보약을 지어먹든지 평소에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두는 건데..."


그는 때늦은 후회를 하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다만 오늘의 재수 없음을 스스로 한탄할밖에...


"어이쿠!"


한참을 남의 바짓가랑이 부여잡고 실랑이를 하던 그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런 그의 손에는 그 넘의 바지가 홀라당 벗겨져서 들려있었다. 실랑이를 하는 와중에 허리띠가 풀려버렸는지, 아님 그 넘이 고단수의 술책으로 도마뱀이 스스로 꼬리를 자르듯 스스로 풀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넘의 바지가 벗겨진 것이었다. 덕분에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그 넘은 여전히 코를 골며 차에서 자고 있었다.


"이런 덴장! 데엔장!!"


손에 들려있는 꼬리를 아니 바지를 옆으로 홱 집어던진 그는, 부스스 일어나 옷에 묻은 흙과 먼지를 털면서 그 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넘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바지가 벗겨지면서 사각팬티도 허벅지까지 흘러내렸고, 신발이 벗겨지고 양말이 돌돌 발목까지 말린 발은 땅바닥에 닿아있었다. 엉덩이가 뒷좌석 시트 끝에 겨우 걸려 몸의 무게중심을 지탱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어두운 새벽임에도 털이 숭숭 난 하체는 희뿌옇게 빛나고 있었다. 차 안에 놓여있는 상체에는 구겨진 양복에 반쯤 풀어진 넥타이에 그나마 와이셔츠 자락이 중요한 부위를 가리고 있어 다행인 셈이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이었기에 망정이지 누가 본다면 엽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그가 사고라도 쳐서 현장에서 옮겨와 한적한 곳에 유기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때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던 그 넘이 꿈틀 하며 몸을 틀었다.


"옳지! 이제 일어나려나 보다."


그는 그 넘이 깨어서 아랫도리가 홀랑 벗겨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자길 보고 택시강도라고 몰아세우지는 않을까? 아님 성추행범? 읔!


한편으로 정신을 차린다는 사실에 걱정이 들기도 하였지만, 그 넘은 꿈틀하고 돌아누워 엎어진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역시 잔뜩 취한 그 넘이 쉽게 깨어날리가 없었다.



그가 숨을 돌리며 해결책을 궁리하는데 더욱 엽기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 넘의 어깨가 들썩들썩하는가 싶더니 입 주위로 뭔가가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그랬다. 바로 오.바.이.트! 그 넘이 뒷좌석 시트 위에 뱃속에 든 걸 게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덴장할! 이 넘이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군! 오늘 진짜 사고 한번 쳐봐?"


그는 정말 화가 나 단번에 그 넘을 끌어낼 심산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제기랄 그 넘의 희끄무레 펑퍼짐한 볼기 두 짝을 보는 순간, 그의 마음 저 밑바닥에서 연민의 정이 피어나고 있었으니, 마치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가 가엾고 불쌍한 환자를 만났다고나 할까? 아님 자신도 과거에 방황하던 시절 술에 떡이 되어 씁쓸한 ×물까지 게워내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일까.


"? ×물? 안되지. 손님이 앉는 시트에 ×물이라니!"


그는 황급히 달려가 그 넘의 얼굴 부위를, 사실은 시트를 살폈으나 이미 때는 늦어 버리고 말았다. 시트 위에 엄청난 양의 ×물이 고여 있었고 일부는 옆으로 흘러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넘은 거기에 코를 박고 있었다.



"으~ 냄새!"


시큼한 냄새에 그는 코를 감싸 쥐고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일, 시트는 이왕에 버린 것이고 재수 없으면 접시 물에도 사람이 빠져 죽는다는데, 저러다 저 넘이 지 ×물에 익사라도 한다면? 그는 살인혐의를 쓸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님 최소한 자살방조죄라도...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망설임 없이 그 넘에게 다가가 그 넘의 상체를 번쩍 들어 올려 차에서 끌어내렸다. 희한하게도 그렇게 무겁던 넘이 위기상황이 되자 순순히 움직여지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차 뒷 트렁크에서 세차용 걸레를 꺼내, 깨끗하고 더럽고를 따질 때가 아니므로, 그 넘의 얼굴을 정성껏 박박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숨을 쉬나 안 쉬나를 살폈는데 다행히도 숨은 붙어있었다. 일단은 기쁘게도 살인혐의를 벗는 순간이었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실수로 그 걸레로...



그가 한숨 돌리고 그 넘을 보니 칠칠맞게도 그때까지도 팬티를 허벅지에 걸친 채 그대로 있는 게 아닌가. 것도 와이셔츠 자락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팬티를 올려주고 팽개쳐진 바지를 가져와 그 넘의 아랫도리를 가려주었다. 그리고 걸레를 차곡차곡 접어서 베개 삼아 그 넘의 머리 밑에 고여 주었다.


일단 사람은 살렸는데 그다음이 난감하였다. 그냥 놔두고 갈 수도 없고, 차비도 받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차 뒷좌석을 봤는데 거기에는 여전히 ×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차! 내 차!"


그는 서둘러 뒷 트렁크에서 또 하나의 걸레를 꺼내 들고, 그 걸레는 아까 것보다는 훨씬 깨끗했다. 뒷좌석으로 가 ×물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거기에는 거의 완전한 형태로 팅팅 불은 오징어 다리 한 개도 끼어있었다. 그가 왼손으로 코를 막고 다른 한쪽 손으로 열심히 치우는데, 뒷좌석 바닥에 핸드폰이 ×물에 반쯤 잠겨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핸드폰!"


그는 걸레로 핸드폰을 감싸 집어 들고 묻은 걸 대충 걷어냈다. 그리고 폰 뚜껑을 열고 메모리 된 전화번호를 검색해 보았다. <집 5××-××××>


"아자!"



그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두 번째 신호음이 갔을 때 저쪽에서 여자음성이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저..."


무작정 전화는 걸었지만 막상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그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 넘 이름도 모르는데...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저는 택시 드라이번데요. 손님이 술이 만취돼서 대신 전화를 하는데요..."


"아~ 그러세요? 근데 거기가 어디죠?"


"여기 상곡동 골짜기학원 근천데요."


"알았습니다. 곧 가죠."


통화를 끝내고 나서 그는 서둘러 그 넘의 바지를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는 그 넘의 상체를 들어 올려 차에 기대어 놓았다. 적어도 와이프가 온다는데 외견상으로는 멀쩡한 상태를 만들어 놓아야 했다.


상황이 정리되었을 때, 저 멀리서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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