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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Oct 26. 2021

성과를 내고 있습니까?

일과 성과에 대하여


"김 팀장, 이번 인사평가에서 이 과장을 왜 그렇게 평가했나?"

"예? 무슨 말씀이신지..."

"그래도 이 과장이 우리 회사에서 제일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는 친구인데.. 그렇게 저평가를 하면 되나?"

 "아.. 예.. 그게 좀.."


모 회사의 관리팀장과 상사인 본부장과의 대화이다.


과거에는 '성실성'이라는 잣대 아래 회사에 밤늦게까지 버티고 있는 직원이 좋은 평가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이른바 몸으로 때우던 시절이다.


과연 회사에 밤늦게까지 버티고 있는 직원이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직원일까?




회사는 '사람'이 '일'을 하는 곳이다.


대개는 회사의 기본 업무분장에 따라 조직별로 해야 할 업무가 정해지고, 각 조직은 해야 할 업무를 구성원들에게 적절하게 배분하여 조직의 업무가 원활하게 수행되도록 다.

그리고 조직의 인원수는 평균 수준의 직원이 정해진 근무시간 내에 업무를 완성할 수 있도록 T/O로 관리한다.


이런 조건이 제대로 갖추어졌다면 일에 몰입하여 정해진 근무시간 내에 일을 모두 마치는 게 정상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보직이 변경되어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던지.. 마감 등 특별하게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가 따로 있다던지.. 아니면 갑작스럽게 급한 일이 생겼다던지 등.


그게 아니고 늘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있다면 다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간혹 보면 근무시간에는 딴짓을 하다가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면 슬슬 발동이 걸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직원이 많으면 사무실 분위기가 망가진다. 왜냐하면 근무시간 중에도 다른 직원들이 일하는 걸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정말 '일머리'가 없는 직원도 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머리도 괜찮은 것 같은데 일처리는 영~ 아니다. 리더가 가장 애를 먹는 케이스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나름 자존심이 있어 끝까지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선진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일'을 대하는 자세나 리더가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할까?


가끔 뉴스나 인터넷 등에서 보는 일류 선진 기업의 모습은..

자유로운 복장에.. 카페 같은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놀며 돈 버는.. 천국에서나 있을 법한 그림이다.

 

정말 그럴까?


선진 기업에서는 각 직원들의 '일'에 대한 '직무기술서'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고.. 기간 내에 수행해야 할 목표나 과제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일'에 대해서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목표를 달성했는지.. 과제를 완수했는지.. 그 수행과정은 어떠했는지 등.

우리처럼 변명이 통할 여지가 별로 없다.


때문에 선진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일에 매달리는 절대적인 시간도 절대 우리나라 기업에 뒤처지지 않는다.


일에 대한 압박감이 어찌나 심한지 심리상담을 하는 전문가를 두고 있는 회사도 많이 있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직무기술서'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고.. 목표나 과제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늘 새로운 일들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뒤죽박죽 되어 나중에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게 된다.


팀장들도 맨날 바빠서.. 수시로 직원들의 업무를 정리하고 목표를 재설정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의 질'  따지지 못하고 얼마나 '고생'했느냐.. 얼마나 '몸으로 때웠느냐'에 초점을 맞춰 정성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모두들 바쁘게 한해를 정신없이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하기로 했던 조직과 개인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업무도 별로 없는 모양새가 되고 만다.

그리고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평가결과에 대한 불만이 쌓여만 간다.




'성과'는 무엇일까?

'일'을 잘해서 '좋은 업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개선'이다.


그냥 하던 대로 루틴 한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고.. 뭔가 아이디어를 추가하거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업무의 부가가치를 높여 과거보다 나아진 업무수행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과정의 개선이 있었으면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발사된 누리호가 최종 궤도 안착에는 실패 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라고 자평하는 것도 한 예이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일'은 모두 성과를 내는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매일매일 또는 주기적으로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일상 업무'가 있고.. 각종 회의, 부서 간의 연락, 사내 행사 등의 '부수 업무'가 있고.. 그리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개선 업무' 등이 있을 수 있다.

각 개인별 직무분장에 따라서 어떤 직원은 일상 업무가 많고.. 어떤 직원은 개선 업무가 많고.. 등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에서는 인사평가를 할 때 일상 업무는 무시하고 개선 업무의 성과만을 따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크게 잘못된 평가방식이다.

사실상 일상 업무란 회사가 굴러가는데 꼭 필요한 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면 자칫 회사 운영에 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 업무와 개선 업무 각각에 대한 평가기준을 잘 수립하여 불이익을 받는 직원이 없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우리나라 사무실 근무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양'보다는 '질'로 따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리더는 각 직원들의 직무를 보다 더 명확히 하고.. 개인별로 달성해야 할 목표와 과제를 분명하게 부여하고.. 특히 중간에 업무변동이 생겼을 때에는 반드시 목표를 재수정하여야 한다.

이렇게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하여야 보다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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